정태교

올해도 변함없이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난히 비도 많이 오고 무더웠던 여름이었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의 향수와, 기다림 속에 추석명절이 눈앞에 왔습니다.

지금은 중년의 나이를 지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맘때가 되면 어린 시절의 옛 생각과 함께 기쁨 반 걱정 반으로 추석을 맞이합니다.

오래전 추석 때 어머니가 송편을 너무도 예쁘게 만드신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일손을 돕는답시고 만들다보면 송편이 아니라 커다란 만두와 흡사하여 “그게 송편이냐 만두지 만두라도 좀 예쁜 만두라면 좋으련만” 하시며 웃으시던 생각이 납니다.

솔잎을 뽑아 깔고 그 위에 송편을 얹어 가마솥에 쪄서 참기름을 발라 떼어 놓으면 향긋한 솔향기가 코를 찔렀지요. 저는 콩 송편을 좋아했지만 어쩌다 송편 고물이 모자라면 밤이나 고구마를 삶아서 속을 대신하면 그런대로 맛있었던 생각이 납니다.

요즘은 함부로 솔잎을 딸 수 없는 여러 가지 여의치 않은 여건과 편리함을 따르느라 떡집에서 조금씩 사서 쓰지만 솔잎 없이 쪄진 송편이라 그런지 그전 맛이 아닌 것 같아 옛 시절이 그립기만 합니다.

지금은 고유의 풍습과 따스한 정이 세월 따라 많이도 변해버린 것만 같아 아쉬움이 앞서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처럼 그전우리의 이웃들은 마음만은 따뜻했지요. 그런대로 아직은 이웃의 넉넉한 인심과 훈훈한 정을 볼 수 있어 다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향에 와서 더 연로해지신 부모님의 안부를 물으며 또한 타향에 있던 고향 친구들이 내려와 세상사는 애환의 이야기로 술 한 잔 나누고, 객지에 나가있던 아이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모여 인사를 나눌 때, 가을의 풍요함과 함께 추석명절의 기쁨이 아닐까요.

반면 어려워지는 경제 속에 치솟는 물가 때문에 넉넉하게 차리지 못하는 차례 상, 밀리는 차에 고생하지 말고 아예 내려오지 말라는 부모님의 성화 등 화목하게 온 가족이 모여서 훈훈한 덕담으로 보내야 할 추석 명절이건만, 점점 각박해지는 인심과 불편한 제도 속에 모였다 헤어지고 나면 후유증만 남아 아예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말을 들을 땐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아직도 우리주의를 자세히 살펴보면 고향에 가고 싶어도, 처자가 그리워도 함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삶이 버겁고 힘들어 명절조차 잊고 지내며 차례는커녕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이웃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물론 불쌍한 이웃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회봉사 단체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훌륭한 단체와 개인이 있기에 그나마 희망의 불씨를 간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한줄기의 빛, 그것은 희망입니다.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면 그것은 비극입니다. 이 세상에서 이웃과 인류에의 봉사가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라고 합니다. 한 발짝의 사랑과 한 발짝의 양보가 따뜻한 이웃과 사회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추석이지만 추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조금만 이웃을 생각한다면 좀 더 보람 있고 멋있는 한가위 중추절이 되지 않을까요.…….

<가섭산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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