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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람▲장순득<풋내들 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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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2.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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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이 영글어 가는 가을 바람이 불어온다.
계절에 따라 바람의 느낌도 다르다. 봄바람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식물이나 동물들을 깨우는 매서운 바람이지만 그 바람속에는 새 생명들이 숨을 쉬는 봄의 전경이다.
열므에 부는 바람은 모든 생명체를 성숙하게 뜨거운 행살고 함께 때로는 자연을 집어 삼킬 듯이 부는 바람도 있다.
그러나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몸짓으로만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길 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보이질 않는다.
찌는 듯한 열므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은 진정 고마운 바람이다.
몇 해전 일이다.
천여평의 담배 밭에다 비닐을 씌었는데 회호리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었던지 인간의 힘으로는 당할 수가 없다. 너무 엄청나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럴때는 자연 앞에 그대로 깊은 절망과 함께 몸을 맡기고 싶었다.
그뿐인가 인삼밭의 지붕이 날아가고 하우스가 날아 간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자연 앞에 인간은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실험이라도 하는 듯 싶다.
올 한해는 거센 바람은 없었지만 유난히도 강수량이 적은 탓에 농사직기에 힘든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농민들은 가뭄을 극복하며 밤낮으로 물을 퍼준 덕분에 다행이 풍년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보답은 풍년의 눈물을 삼키며 가슴앓이를 해야만 하는 농민들이 대다수이다.
연말은 다가오고 있는데 농자재 값이며 농자금은 무엇으로 어떻게 갚을 것인가 매상 값은 헐값이고 인거비 농기계값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차라리 올해 같은 해에는 태풍이라도 불어왔으면 흉년이 들었다고 트랙터도 논에 벼를 갈아 엎지르는 일 벼 포대에 불을 지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 아닌가 싶어 시골 촌부로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태풍이 없는 탓에 어민들의 피해도 있다고 한다.
바다에도 적조현상이 심했고 바닷물도 일년에 큰 태풍이 일어나야 더운물과 찬물이 뒤섞여 적조도 없어지고 고기들도 성실하게 살아 갈수가 있다고 한다.
바람은 허공에서 너울대는 나뭇잎들 바다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 등에서 바람은 존재하지만 영혼만을 보여줄 따름이다.
어린 시절 보리밭이랑의 푸른 물결의 바람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참새와 종달새들이 힘겹게 날갯짓을 하며 노래 부르던 보리밭의 풍경은 어린눈에도 한편의 동화처럼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싱그러운 풋 보리는 내 가슴에도 파랗게 물들어 갔던 푸르름은 바로 희망이기도 했다.
푸르름으로 흔들리던 바람이 불현 듯 생각나던 불혹의 문턱에서는 그런대로 자신감이 있었지만 흐르는 강물에 떠밀려 먼 추억으로만 사라져갔다.
이제는 늦가을의 바람에 실려 낙조를 막고 있는 한 조각의 구름같이 또한 몸이라도 비벼 보려고 손을 내밀며 서적거리는 갈대의 모습이 아닌가 진정 그렇다 해도 마파람 살을 애는 삭풍바람 외로움과 고독을 몰고 오는 바람은 싫다.
내 육신의 구속을 벗어나고 싶다.
심신을 씻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산책이 아닌가 산을 오른다.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에 진정한 향연이 느껴지는 그런 바람 그리고 새 봄이 오면 다시 꽃을 피워 삶의 희망과 자신감을 주는 경이로운 바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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