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혁 시인

형형색색 물들어 가는 도시는

널브러져 있는 삶의 파편을 뒤로한 채

열리는 또 다른 공간의 정체성에

아련하기만 하다

 

 

일몰의 실루엣에

넋을 놓을 즈음 펼쳐지는

아찔한 몽환의 세계는

상대성이론보다

양자이론보다도

더 난해하게 얽혀 들어가며

하얀 미소의 의미만 되새김질하고 있다

 

 

라이브카페 붉은 조명 아래에선

흘러나오는 음악에 묻힌 채

협주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손끝은

파르르 긴장되어 있다

 

 

진실 뒤로 이어지는 속삭임은

나눈 도수만큼 짙어가고 있다

질펀하게 기울이고 나면

가슴 속 깊숙이 새겨놓은 이름이 그리워진다

풀려버린 시간만큼

흘러내린 이성은 하염없기만 한데...

<이번주 감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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