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욱 자욱마다 스며난 고향사랑
<증재록시인 시집에 붙여>

사람은 무엇인가에 열중할 때 가장 아름답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때, 농부가 논과 밭에서 땀흘리며 일할 때, 공무원들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는 수확이 없는 일에 온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더 아름답다.
그들은 배가고파도 누가 말려도 때로는 빗발치는 비난 속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신명과 열정을 바친다.
세상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예술가라는 이름을 붙인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요즘 읽은 시들 속에 단연 돋보이는 한 시인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음성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는 음성의 치안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경찰 공무원이며 향토시인인 그는 음성의 골골을 순행하며 그의 오관에 묻어나는 음성사랑을 시로 노래한다.
그 시들을 모아「천년의 향수, 고향풍경」이라는 아담한 시집을 대광출판사에서 상재하였다.
이 시집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제1부는 음성군 풍경으로 예순아홉편을 수록하고 제2부에는 음성의 세세연연으로 음성의 역사를 시로 표현하였다.
지구촌이라는 말에 걸맞게 세계속으로 도약하는 이 시대는 자칫하면 자기의 정체성을 잃기 쉽다.
이러한 시기에 증시인의 「고향풍경」은 고향을 두고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될 수 있어 의미가 깊다 하겠다.
음성을 간다.
어제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내일의 행복을 곱다래 선하며/ 열정을 불사른 무수의 시세월
천지의 기운을 음양에 담아서/ 순박한 정애를 오롯이 포옹한/ 풍요의 삶터전 음성을 간-다.
이렇게 시작한 그의 순행은 음성, 금왕, 생극, 감곡, 삼성, 대소, 맹동, 원남, 소이까지 산과 들과 사찰과 인정과 사랑을 챙겨 아름다히 노래한다.

거일<巨日>의 봉선화

<감곡면 오향리>

산에도/ 골에도 가난을 있었다.
그 가난 속에는/ 한 떨기 봉선화를 영글려 터추는/ 정성이 있었다. (중략)
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이 시인의 의식에 부딪치면 그것이 온 감관을 통하여 시인의 내면으로 침잠한다.
그러니까 적당히가 아닌 전적으로 몰입하여 기름짜듯 걸러져 나오는 영혼의 엑기스라할까.
증시인은 그의 시적 모태가 고향에 있다. 나무를 보아도 시가 되고 바위 한덩이도 시로서 생명을 얻는다.
그것은 시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 곧 고향사랑이며 삶의 의미를 두는 것도 고향사랑이다.
그는 시뿐만이 아니라 삶자체도 그렇다. 시간에 쫓기는 공무원의 생활이지만 일찍이 음성이라는 문화예술의 묵밭을 갈아<음성문학>을 창간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음성지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행사장마다 시를 낭송하여 음성인들의 가슴을 감미롭게 적셔 주었다.
한마디로 말해 음성문화예술의 기초를 닦은 역군이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문학도 향토성 역사성을 배제하면 생명력이 약해진다.
작가가 태어나고 작품활동을 한 고향이 작품속에 면면히 살아있어야 그것이 세계화로 나갈 때 제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이제 그는 지명의 언덕에 올라서서 그가 평생을 사랑한 음성 땅에 시의 이정표를 꽃는다.
모쪼록 이 이정표가 삭막해지는 이 시대에 정이 샘솟는 옹달샘이 되고 음성을 맑히는 청량제가 될 것을 믿으며 이쾌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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