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고추밭에 고추가 없다.

올해 유난히 많이 내린 비에 탄저병, 역병 등 병충해로 대부분의 고추 농가가 수확량이 급감했고 아예 수확을 포기한 농가조차 나오고 있다.

첫 수확 때인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600g(1근)에 8000원 씩 직거래 되던 고추 가격이 품귀 현상을 보이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근 2만2000원까지 뛰면서 고소득 효자 농작물 반열에 올랐다.

고추의 주산지인 음성군, 이곳은 1960년대 말 전국 최초 밭에 두둑을 쌓고 비닐을 씌워 고추를 수확하는 비닐멀칭 재배법 개발해 명성을 얻었다.

이 지역 고추는 농림수산식품부 주관 농산물 파워브랜드 대전에서 4회 연속 표창을 수상했다. 또 소비자가 뽑은 세계명품브랜드 대상 3년 연속 수상, 울진세계친환경엑스포 품평회 대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음성군도 비와 병충해는 비켜가지 않았고 수확량이 급감했긴 다른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약속 지키는 고추대통령

“고추 가격이 뛰었다고 올려 받을 수는 있나요. 나를 믿고 거래하는 소비자와 무언의 약속을 지켜야죠”

‘고추대통령’, ‘고추농사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종민(59)씨의 말이다. 음성군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그의 공식직함은 충청북도고추연구소 소장이다.

이 소장은 자신이 땀 흘려 노력한 대가에 농자재 등 재료비를 계산해 일정금액을 정하고 아무리 고추 가격이 등락 하더라도 그 이상이나 이하로 팔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번 고추가격 폭등에도 단골 고객에게 자신이 정한 600g(1근)에 1만5000원을 넘겨 팔지 않고 있다. 연간 수입을 3억 정도로 예상하고 있는 그는 현재 시세인 2만2000원에 판매할 경우 2억원의 추가 소득을 볼 수 있지만 이를 포기했다.

지금의 고추가격이 37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고 말들 하지만 단골들의 믿음과 바꿀 수는 없다는 게 이 소장의 생각이다. 고객과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셈이다.

이 소장은 까칠하다. 아무나 쉽게 단골로 인정하지도 않거니와 돈 있다고 한사람이 무한정 고추를 팔지도 않는다.

그는 고추 농장을 직접 방문해 재배, 수확, 세척, 건조 등 고추생산 과정을 직접 목격해야 단골로 받아들인다. 또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을 18kg(30근)으로 한정해 놨다.

여기에는 직접 확인하고 구매하라는 의미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고추를 먹이고 싶은 그의 욕심이 담겨 있다.

“땅은 정직해요. 사랑과 정성으로 농사짓고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심어준다면 우리 농산물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배운 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고추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라면 숨김없이 나눠줄 생각입니다.”

‘고추대통령’ 이종민 소장,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그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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