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상정 음성군농민회장
이상정 음성군농민회장

한미FTA 국회통과로 세상이 떠들썩하고 농민의 마음은 겨울날씨처럼 싸늘하고 무겁다. 그래도 음성농민들이 의욕적으로 마음을 모아 주민발의한 전국 최초의 [음성군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조례]가 군의회에서 통과될 것 같아서 한줄기 위안이 된다.

그러나, 군청과 농협군지부 앞에 쌓여있는 벼 40kg 삼천포대 분량의 볏가마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애초에 볏가마 야적을 할때 농민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했었다. 공공비축 수매거부, 벼 수매가 6만원으로 인상, 농협 타품종 수매 등 여러 가지 요구조건이 있지만, 농협의 타품종 수매가 받아들여지면, 벼 야적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벼 야적 이후에도 농협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10월부터 요구한 쌀대책위 대표들(이장단,농업경영인,농촌지도자,쌀전업농,농민회)과 통합RPC 조합장과의 간담회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조합원 대표들이 요구하는데, 회사의 사장단도 아니고, 농협조합장과의 간담회가 이렇게 힘든 이유가 뭘까? 왜 만나주지 않는 것일까?

2008년 각 농협 RPC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5개 농민단체는 통합 RPC운영에 농민조합원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수매가 인상, 회원조합 이감사 참여보장, 타품종 수매 등의 요구를 해왔다.

몇가지 성과도 있지만, 타품종 수매요구는 올해로 4년째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올해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추청 수매만 고집하고 다른 품종 수매를 받아들이지 않는 통합 RPC의 사업 성적표는 어떤지 들여다보자.

△ 매년 수매량 감소 : 2008년 1만4천톤에서 2011년 8700톤으로 38% 감소,△ 오르지 않는 수매가,△ 심각한 적자경영 : 2010년 1만톤 수매 25억 적자(각 조합이 나누어 메꾸었음. 진천 통합 RPC는 2010년 1만톤 수매 흑자),△ 폐쇄적 운영. 투명한 경영 공개 없음,△ 전국 유일하게 타 품종 수매 거부

애초에 규모를 키워 브랜드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가지겠다던 통합농협 RPC는 거꾸로 가고 있다. 농민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다.

이번에 이루어진 음성농협조합장 선거에서 반채광당선자는 타품종 수매등의 공약을 걸고 압도적으로 당선되어 24일에 취임식을 가졌다. 그런데 하루전날 23일 농협 RPC는 이사회를 열어 RPC대표조합장을 음성농협 조합장에서 금왕농협 조합장으로 교체했다. 왜일까? 요새 인터넷에 유행하는 말로 “꼼수”인가!

음성군은 요즈음 각 읍면 사무소를 통해 내년도 벼 품종을 신청받고 있다. 그런데 추청 볍씨 신청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이것은 무엇을 입증하는 것인가? 이제 농민들은 더 이상 농협에 팔기 위한 추청벼를 심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 가격도 잘 쳐주지 않고, 수확량도 적고 게다가 잘 쓰러지기 때문이다.

작년에 태풍으로 벼가 진짜 많이 쓰러졌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고 들녘마다 나이많은 어르신들과 농사꾼들이 엄청 고생을 했다. 추청벼가 많은 음성군 농사꾼들은 허리가 끊어져라 더 많이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통합 RPC관계자들은 음성의 농민들에게 더 많이 미안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떤 생각들이실까?

음성군 쌀대책위는 매년 우려해왔다. 추청만 수매하면 수매량이 매년 감소할 거라고 , 올해도 확실하게 주장한다. 내년에도 타품종 수매를 안하면 총 수매가능량의 50%를 밑돌 것이다.

내년에 통합 RPC는 52억원의 새로운 시설투자로 미곡처리장을 새로 짓는다. 참으로 답답하다! 농민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어마어마한 시설투자를 왜 하는지! 그것도 농민조합원들의 돈과 세금으로 한다. 내 돈이면 그렇게 쓸까? 개인 기업이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우리 쌀 대책위원회는 4년전부터 요구했다. 다른 지역처럼 가격 차등을 두어서 타품종을 받으면, 나머지 생기는 문제는 협조하겠다라고.

필자는 그동안 지역의 여러 가지 문제와 맞닥뜨려왔다. 엄청난 공포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던 <소이면 갑산리 산업폐기물 처리장 반대운동>도 실무책임을 맡아 결국 음성군민의 힘으로 승리했다. 타품종수매 문제는 이 문제에 비하면 새발의 피! 너무나 손쉬운 문제다. 책임자 몇사람의 마음만 바꾸면 되는 문제인데 오히려 훨씬 더 힘들게만 느껴진다.

농협은 조합원 농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협동조합이다. 농협 RPC는 조합원이 생산한 쌀을 잘 팔아주기 위해 조합원 돈으로 만든 사업체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의 취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농협RPC측은 한시라도 빨리 결정해야 한다.

내년에는 추청 많이 심게 하여 농민들 쓰러진 벼 일으켜 세우는 고생 안 시키고, 벼 수확량 많이 나는 타품종도 심을 수 있게...

이상정(음성군쌀값보장대책위 집행위원장, 음성군농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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