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 시인
집 한 채 바람에 떨어졌습니다
작은 자궁을 품에 안고
사붓사붓 몸을 뒤채입니다
상처 없는 맨살은 단아합니다
그러나 한 귀퉁이 헐어 벌레의 먹이로 주고
슬몃 바람이 길도 만들어 준 나뭇잎은
부르튼 어미의 손처럼 거룩합니다
말문 트인 나뭇잎이 건네는 말
당신의 안뜰에도 군불 지펴 키우는 생명이 있는지요
냉골 방에 모퉁이 잠이라도 재워 보낸 적 있는지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처마 아래
먼 우주의 눈썹 하나가
막 잠이 들었는지
바람도 나무도 한 때
귀와 입이 있었다고 고요합니다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