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시인
지붕을 타고 벌려 선 아코디언 하나가
까치놀에 자울자울 실로폰 되었다가
풍경으로 바람벽 두드릴 동안
악기가 만들어진다
눈물로 엉겼다가
오래 전 뗏목을 타고 흘러 온 날이
겨울 강 후미를 파고들 때마다
얼마나 많은 꽃 새겨졌을까
태산으로 쌓이는 날들
높바람이 창가에 머무를 때면
지난 해 떨어진 씨앗에서
다달이 크는 겨울
바람이 조율하는 한낮의 풍경을
물고기 헤엄치며 담아내고 있다
악기에도 옹이가 있었으니
수많은 음표 머리 쳐들 적마다
처마 끝으로 마름질되는 하루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