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졸린 눈을 비벼 뜨시며 5남매의 도시락을 싸야했던 어머니의 가슴 시린 사랑을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나의 학창 시절 기억 중에서 지금껏 잊지 못하는 추억으로 도시락에 얽힌 사연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추억 가운데 고등학생 시절은 도시락을 2개씩 준비해야 했기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이 많다.
점심 시간이 되기도 전에 다 비워지는 도시락이지만 뚜껑을 열어 보기까지 언제나 기대가 된다.
3, 4교시에 교실 문을 들어서는 선생님의 꾸지람도 자장가로 느껴질 정도로 대담해 지면서 도시락 까먹는 재미는 더해만 간다.
설레는 맘으로 뚜껑을 열면 뜨거운 밥을 담느라 흘린 엄마의 땀방울인양 물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밥을 먹이려는 울 엄마의 정성은 해가 거듭 될수록 더해가서 떡국, 미역국, 된장찌개 등 흘러 넘치기 쉬운 먹을거리도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식은 도시락을 먹는 것이 안쓰럽다며 3km도 넘는 길을 자전거에 의지해 저녁시간에 맞추어 따뜻한 밥을 지어오신다.
어느 엄마인들 찬밥을 먹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는 이가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엄마는 따듯한 음식 먹이는 것을 크나큰 자식 사랑으로 알았다.
당신이 지셨던 가난의 지게를 아들, 딸이 이어 받기를 무엇보다 싫어 하셨고 특히 먹는 것을 특별히 챙겨 주신 엄마의 보살핌으로 행복한 학창시절이 될 수 있었다.
하루 2개씩 싸오는 반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해거름이 깊어 가면 창문을 자주 보게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겨났다.
그 때만큼은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다.
밤 9시가 넘어 자율 학습 끝나고 교문을 나설 때 자가용을 타기 위해 뛰어 가는 친구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았다.
내 마음이 엄마의 사랑으로 달구어져 돌아가는 내내 행복에 들떠 있게 되니까.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바쁘고 힘들게 그 반찬들을 마련했을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련만.........빨리 먹고 비우기에 급급한 나는 음식을 남겨가지 않는 것이 엄마에 대한 유일한 고마움의 표시로 알았다.
학교가 다른 두 동생과 나의 한끼 식사를 위해 열심히 자전거 발판을 밟았을 엄마를 생각하
노라면 콧잔들이 시큰거리고 눈물 한줌 품쳐내야 겨우 진정될 수 있다.
도시락에 편지글 하나 없어도 따뜻한 밥을 대느라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더펄머리 된 것도 모른채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울 엄마의 사랑을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이라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지금은 더 이상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엄마의 그리운 풍경속으로 들어가 본다.
학창시절 내가 먹은건 도시락이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다.
벅찬 세상일을 겪어 내면서 자신을 소중치 여길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준 것은 경제적 풍요나 배경이 아니다.
온 몸을 던져 사랑을 심어준 엄마의 거칠고 주름진 손마디이다.
엄마의 사랑에 보답하려고 하지만 언제나 늘 부족하기만 하다.
이제 그 마음을 우리 아이들과 외로움에 목말라하는 이웃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
어쩌면 그것이 엄마의 나에 대한 바램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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