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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어르신청 정 심<무영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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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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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는 죽음, 예고 없이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시집온 후 이웃에 존경하는 어르신네가 한 분 계셨다.
시어머님과 절친했던 분으로 나는 그 분을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시어머님 대신 마음속으로 의지하며 모셨던 분이다.
시집살이가 참아내기 어려울 때 아주머니를 찾아가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친정으로 돌아 갈 생각을 몇 번 한 적이 있었지만 참았다. 근래에 들어서 과거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았더니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그랬었느냐고 위안 해 주셨다.
아주머니는 어느 친척보다도 우리 가정을 걱정해 주셨고 바른길로 인도해 주셨다.
소식이 한 동안 없을 때는 먼저 전화를 걸으셔서 너희 내외 건강하냐? 아이들도 아무 탈없이 충실하냐? 물으셨다. 또한 건강 조심들 하라고 아무개 어서 장가들여라. 너희들 건강할 때 재산관리 정확하게 미리 해 두어라. 자상하게 타일러 주셨다.
명절 때면 우리 아이들이 그 어른을 친할머니처럼 따르며 찾아뵈었다.
추석 때 큰아이가 다녀와서 할머니는 아주 정정하셔서 오래 살으시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있은 후 한 달도 안되어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고 했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사람을 못 알아보시고 면회를 안 시킨다는 것이다.
그래도 내일 우리 내외는 찾아뵈려고 했는데 그날 저녁에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마지막 한 번 못 뵈 온 것이 아쉬어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었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나는 가슴이 허전해 왔고 섭섭함을 금치 못했다.
젊어서 어머님과 옆집에 살면서 몸배 차림으로 고생하시면서 알뜰하게 재산을 모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주머니는 뚜렷한 종교는 없으셨지만 어니 착실한 종교인 못지 않게 바르게 살다 가셨음을 나는 안다.
나는 아는 사람들에게 아주머니는 멋있는 여장부라는 말을 한다.
어떤 이들은 동네 시어머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아이가 식당에서 남의 식탁에 반찬을 휘저어도 지하철 의자에 신을 신고 올라 뛰어도 아이를 타이르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어쩌다가 보다못해 나무라면 애 기를 꺾는다고 오히려 난리를 치는 젊은 엄마들,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태에 바른 길로 이끄시는 아주머니는 가깝고 멀고를 떠나 누구든지 잘못한 것을 보았을 때는 꾸짖으시고 바르게 사는 이들에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런 어르신네가 이 시대에 몇 분이나 계실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넉넉하신 풍채에 친정어머님 같은 푸근한 모습을 앞으로는 뵙지 못하게 되어 가슴아프다.
그 분을 일러 나는 음성의 마지막 터줏대감이요. 진정한 어르신이라 부르고 싶다.
언제인가 아주머니께서 속주머니에서 종이 접은 것을 꺼내어 보이신 적이 있다. 유서였다.
내가 죽거든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돌아가신 후 화장을 했지만 효자인 아드님이 차마 뿌릴 수 없다고 동양 최대지장보살 성지 미타사 자연 가정납골 공원에 모셨다.
나는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오며 가며 생전에 뵙는 마음으로 인사드리게 된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아주머님 모셔진 장소가 아주 명당자리로 편안해 보였다.
오늘이 지장재일이라 지장전에 갔다가 아주머님께 들러 절을 하고 반야심경을 독송해 드렸다. 편안하시죠? 부디 왕생극락하세요. 제가 재 때마다 참석하고 싶지만 아주머니 가족들이 혹시 부담을 느낄 것 같아 참석을 안 하고요. 집에서 49일 동안 아주머니 위해 기도 드려요.
생전에 저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은 이방법밖에 없습니다. 아주머니 모셔진 영전 앞에나 부도 앞에 섰을 때는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납니다.
생존해 계실 때 당신에 대해서는 한 말씀도 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지금도 말씀 없이 이곳에 계시지만 저는 아주머니의 깊은 마음을 이 순간도 읽고 있습니다.
아주머니! 몸은 가셨지만 마음은 새로이 태어나는 순리를 어길 수 없어요.
중생이 보는 전생, 금생, 내생이 다른 세계 같지만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영원한 인연의 고리에 이어져 순환할 뿐입니다.
아주머니는 훌륭한 마음으로 살으셨기에 이곳에 모셔 불법인연을 맺으셨으니 부디 명당자리 떠나지 마시고 이 자리에서 마음 깨쳐 성불하시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하고 돌아설 때 “건강하게 잘 들 살아라.” 또 걱정해 주시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했다.
최채봉 영가가 새겨진 부도 위로 12월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모두모두 말없이 언제인가는 한 줌의 재로 돌아 갈 것이라는 순환의 법문을 설법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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