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이화영 본보 명예기자
이화영 본보 명예기자

세계에는 유명인을 내세워 '적막의 도시'에서 '관광도시'로 팔자가 바뀐 지역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 대표적이 곳이 미국 한가운데 있는 '사우스다코타주'다. 이곳의 러쉬모어산은 그저 평범한 돌산이었고 전통적으로 인디언이 살던 지역이다.

이 산은 접근하기도 여의치 않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누구도 찾지 않을 정도로 척박한 곳이었지만, 유명인을 내세워 연간 400만명이 방문하는 사람 사는 도시로 변모시켰다.

이곳이 미국을 세우고(조지 워싱턴), 땅을 넓히고(토마스 제퍼슨), 남북을 통일하고(에이브라함 링컨),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시어도어 루즈벨트) 역대 대통령의 얼굴을 바위에 새긴 러쉬모어 국립공원(Mt. Rushmore National Memorial)이다. 우리에겐 ‘큰 바위 얼굴’로 잘 알려진 곳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예술가나 사상가와의 만남으로 운명이 바뀐 도시도 있다.

프랑스 남동부의 프로방스 지역에는 인구 5만의 '아를'이란 작은 지역이 있다. 공항도 없고 초고속 열차 테제베(TGV)도 다니지 않는 이곳에 연간 200만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 이유는 화가 '반 고흐' 때문이다.

반 고흐의 생가도 무덤도 없지만 정신병 치료를 위해 15개월을 머문 인연이 있다. 그가 남긴 해바라기와 사이프러스나무, 도개교와 별이 빛나는 밤 등 300여점의 그림 속 정경이 이곳 아를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세계적인 음악 관광도시다. 이 도시는 천재적인 음악가 모짜르트 한 사람 때문에 세계인들에게 가장 낭만적인 유럽 여행의 필수코스가 됐다.

중국의 취푸(曲阜)는 사상가 한 사람으로 유명한 도시가 됐다. 현재 70만의 인구가 무려 2500여년 전에 태어난 공자 한 사람 때문에 먹고 산다.

취푸의 노천극장 뮤지컬 '행단성몽'은 스케일과 내용면에서 감동적이다. 공자의 사상으로 세계 인문학의 메카로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야심찬 열정과 꿈을 확인할 수 있다.

음성군은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고향이다.

지난 설 명절 기간에만 1500여명의 관광객이 생가와 반기문 기념관을 방문했단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 총장의 고향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사무총장에 확정되자 고향을 방문해 선친 묘를 찾은 것을 비롯해 지난 5년간 모두 3번을 방문했다. 바쁜 일정으로 출장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와 쿠키로 생일상을 대신한 걸 감안하면 파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관내 학생과 공무원, 기업인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유엔본부를 방문하자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35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해 면담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해마다 연초가 되면 이필용 음성군수에게 연하장을 보내 고향 주민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있다.

군은 변변한 관광지 하나 없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반 총장을 테마로 한 '교육 파크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는 유엔 체험 공간, 외국어 교육원, 극기 훈련장 등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꿈, 희망, 교육, 청소년' 테마가 좋다. 하지만 '반짝 효과'를 놀리기보다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갈 음성임을 명심하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해 주길 바란다.

일각에선 ‘반기문에 너무 목숨 거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반기문에 대한 투자는 음성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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