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숙 시인

뉘 집 밭인지, 황무지

건들바람에도 씨방들 고개 처박기 일쑤였다는데

늙은 암소몰이 나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아들

이제 고물경운기 끌고 나가셨다네

 

족보의 족보를 훑어보자면

할아버지의 그 늙은 소가 평생의 에쿠스였겠네

밭고랑마다 달러오일 뿌려놓고

긴 밭은 언제 다 맸냐고

엔진 고음처럼 허둥대다가

 

소식 두절되었다는 전쟁터

전선이 툭툭 끊어지기라도 하였는가?

목숨을 건 그 다리

이제 막 건너섰는데

 

모든 족보가 투기지역으로 통하는 것을 보면

할아버지의 아들

그 아들의 딸인 나는

소몰이 나가는 골목도 다시 봐야 쓰겠네

 

고 오일 고 쇼크에 자갈밭 쪽방들도

툭하면 갓 끈을 다시 고쳐 맨다는

현대판 졸부들

<이번주 감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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