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

여행은 출발 전 한 달간의 설레임과 여행 후 추억을 간직하였다가 순간순간 꺼내볼 수 있는 행복감이다.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할 수도 있고, 함께 한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된다.

이런 행복은 저금을 하듯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꺼내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재산으로 남기도 한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의 방문으로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이 나를 긴장시키고 설레게 만든다.

몇 달 전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일상에 찌들어 있다가 다녀온 여행은 메마른 마음에 약비가 내리듯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또 다른 긴 여운이 남는 것 같다.

홍콩 도착과 함께 우리들의 일탈이 시작되었다. 누구의 선생님,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친구라는 틀을 벗고 나 그 자체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산다는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타인의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사회 관념상 늘 행동 조심하고 말조심해야하며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산다는 것이 일반 연예인만은 아니다. 나 역시 아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공인 아닌 공인으로 살아가야 할 때가 많다. 나의 행동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들과의 여행은 그동안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홍콩에서 관광의 재미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적절히 조화되어 홍콩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홍콩영화로만 보았던 그들의 삶을 직접 느끼며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라마다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자연환경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었다. 나의 관심거리는 볼거리보다는 들을 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가이드의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홍콩은 홍콩 섬, 구룡 반도, 신계지역, 홍콩 섬 주변의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있다. 전체 면적에 비해 인구수가 많아 땅값이 비싸기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집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6평의 아파트에 6~8명의 가족과 가정부까지 함께 산다고 한다. 이 말에 우리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그 좁은 집에 남과 함께 살까?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홍콩은 여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여자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 좁은 집에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도 의문이 풀리는 부분이다. 이곳에서는 하루 세끼 식사는 밖에서 다 사먹고, 빨래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씩 빨래방에서 건조까지 해서 가지고 오며, 나머지 집안일과 아이 돌보고 개 산책시키는 일은 가정부가 한다. 가정부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으로 2년 계약으로 오는 데 월급이 아주 적다고 한다. 이렇듯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거의 없고 집안에서 하는 일이 없기에 살림살이도 필요 없다 보니 집이 크지 않아도 별 불편함이 없다. 자동차는 비싸지는 않지만 주차공간이 없어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1평의 주차공간을 사려면 우리나라 돈으로 1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색다른 혜택을 받고 살기도 한다. 홍콩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겨울에도 24시간 에어컨을 켜고 살아야한다. 그런데도 전기세가 한 달에 오천 원 정도, 많이 쓰면 만 오천 원 정도 나오고 일 년에 한 번씩 전기요금 보조금이 백만 원 정도 통장으로 입금된다고 한다. 때로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기에 그 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이겠지?

침사추이 시내를 구경하면서 전해들은 그들의 삶이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다. 한 달의 설렘과 기다림의 충분한 보상이 될 만큼 홍콩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