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근 시인
볼을 막 스치고 지나간 차가움 그것
계절을 이어주려는 바람이었으리
능산 오솔길 서럽게 지키던
진달래 마른 나뭇가지 내게로 와 볼을 어루만졌다
서럽게 울어보진 않았어도
봄이 매번 서러워 연분홍 눈물로 흐느끼곤 했지!
그대 어깨 마주하고 걷던 길엔
잠깬 봄의 흔적 아직 보이지 않아도
스친 바람 속에 따스한 꽃의 노래가
곧 펼쳐질 것을 알고 있지요
능선에 올라서니 아직은 까칠한 바람이
또 볼을 때리고 달아나 버립니다
지난겨울을 잔뜩 먹어 배부른 산 위에도
게으른 흰 눈이 언뜻 햇살에 반짝이고 있지만
내겐 이미 봄이 볼을 타고 다가왔다
너는 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 보았는가?
진달래 가지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이번주 감상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