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음성소이우체국 근무

그의 아내는 며칠째 골골한다. 올해로 마흔 여덟을 먹는 그녀가 나이 먹기가 힘들었던지 연초부터 병치레다.

원래 덩치가 없고 체격이 마르긴 했어도 지금껏 잘 버티어왔다. 지난해 말에는 얼굴 전체가 열꽃으로 뒤덮이어 그를 놀라게 했었다. 의사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오는 현상이라고 했다. 몸이 보내는 경고였던 것이다. 휴식을 취하라는 메시지를 무시한 채 또 무리를 했나 보았다.

다시 그녀의 몸은 강력한 경고를 보내왔다. 조금씩 추워지는가 싶더니 약을 먹고 잤는데도 나아지지 않고 몸 전체가 쑤셔왔다. 온 살갗들이 찢겨지듯 아파왔다. 심한 몸살도 약을 먹고 하루만 죽게 앓으면 다음날 아침에는 거뜬해졌기에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오산이었다. 이틀간의 약의 투여도 소용이 없고 목까지 따끔거려왔다. 침조차 삼킬 수 없었다.

이내 목소리를 잠기게 하더니 아예 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그녀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몸짓으로 아니면 입모양으로 대화를 해야만 하는 노릇이었다. 일주일을 앓아도 나아지기는커녕 그대로다. 약을 하도 먹어서 속이 아파오는데도 감기는 끄떡도 않는 지독한 녀석이었다.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부엌일이 신물이 난건지 그이의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근무시간에 느닷없이 나타나 병실에 나를 눕혔다. 그리고는 세 시간의 링거가 투여되어졌다. 나아지려니 하는 둘의 기대는 링거도 저버렸다.

오늘로 한 달째이다. 어찌나 질긴 놈인지 아직도 그녀에게 붙어있다. 이렇게 감기와 씨름하는 사이 그는 부엌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퇴근하면 자리에 눕기 바쁜 그녀 대신에 밥을 하고 청소를 한다. 손놀림마저도 주부 못지않은 능숙한 솜씨다. 입맛 없어하는 그녀를 위해 국을 끓이고 찌개도 준비하지만 신통치가 않다. 열심히 해놓아도 그녀가 맛있게 먹어 주질 않으니 힘이 빠지는가 보았다. 얼른 감기가 나아서 그가 해놓은 음식의 평을 늘어놓아야 할텐데....

주부의 자리에 서보니 할 일이 많다고 투덜댄다. 가만히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이 동동거리는 그에게서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는 그를 본다.

그녀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내의 자리를 비웠다. 며칠이라는 기한도 없는 기간이다. 아직도 목소리는 막혀 트이지 않고 있다. 누워만 있자니 그녀도 이제 슬슬 미안해지는 것이다. 너무 주부로서의 소임을 방관한 게 아닌가하는 자책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감기에게서 벗어날 때 까지 모른 척 그를 지켜 볼 요량이다.

그녀가 항상 거기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참에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콜록 콜록”

지금도 그의 아내는 병가중이다. 공식적인 이 휴가를 그녀는 안으로 은밀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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