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희

“여보, 당신 바람난 것 아니야?” 요즘 내가 남편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벙글 미소만 지을 뿐이다.

얼마 전 나는 휴대폰을 바꿨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겨우 휴대폰을 바꾸는 나는 가끔 휴대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또, 일을 하지 않으면 휴대폰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휴대폰을 전화 걸고, 받고, 문자 보내는 정도밖에 몰랐다. 그래서 휴대폰 기능이 많을 필요도 없는데 값이 너무 비싸다고 불평이 많았다.

이런 나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마트폰으로 바꾼 후 내 생활뿐만 아니라 사고까지 바뀌게 되었다. 조그만 기계 안에 뭐가 그리 많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아들 말이“엄마, 할머니들께 스마트 폰을 사 드리면 그 기능을 다 배우기도 전에 돌아가신대.”그 만큼 휴대폰의 기능이 다양한 지를 말해 주고 있다. 스마트 폰은 사람의 뇌와 같아서 우리가 아무리 많은 기능을 사용해도 전체의 10%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휴대폰을 바꾼 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기계치라 다양한 기능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래서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일과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나는 틈만 나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아들과 자주 다투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들과의 대화는 휴대폰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들이 없으면 휴대폰의 기능을 몰라서 만질 수가 없다.

“음악 다운 받으려면 어떻게 해?”“휴대폰 사진은 컴퓨터에 어떻게 올려?”

“번역기 내용은 어떻게 복사해?”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것저것 물어보며 귀찮게 한다. 하지만 아들은 싫지 않은 눈치다. 전에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공부는 열심히 했는지 먼저 물어보던 내가 아들과의 대화를 휴대폰으로 시작한다.

한 가지씩 기능을 배웠다. 간혹 두 가지를 가르쳐 주면 자꾸 잊어버려서 또 다시 묻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그 조그만 녀석에 푹 빠져 사는 나에게 남편은 불만이 많은가보다.

그동안 휴대폰을 연락을 주고받는 의미 외에는 다른 것은 생각조차 안 해본 내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 휴대폰으로 음악 듣고,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번역기로 각 나라의 언어를 다 해석하고, 인터넷도 하고, 카카오스토리로 친구들의 소식을 전한다. 휴대폰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남편의 웬만한 잔소리도 웃어넘기고, 늦은 귀가에도 바가지 한 번 안 긁는 나를 도리어 남편은 자신에게 관심 없다며 서운해 한다.

아들과 함께 휴대폰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그 속에 뭐가 들어 있기에 그리 좋아하느냐며 내 휴대폰을 빼앗아 이곳저곳을 뒤져본다.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었는가? 정보검색은 컴퓨터에서나 한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스마트폰 속의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아들, 딸과 대화가 잘 안 되고 엄마가 하는 말은 모두 잔소리로만 듣는 아이들이 야속하기까지 했었다. 아이들이 스마트 한 세상 속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때 나는 다른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동안 아이들의 행동에 이해가 안 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데 나는 386세대에 머물러 아이들을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해 본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편리한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한 문제점과 부작용이 노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양하고 편리함을 잘 이용한다면 좋은 측면도 많은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스마트폰으로 개인 정보가 새어 나가고, 개인 사생활이 노출되기 쉬우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 더불어 사는 것이 무색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아이들의 생각은 변하고 있는데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지식만 고집하고 있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색다른 느낌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인한 문제점도 하나 둘씩 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지금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것들에 빠져있고 누구와 공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대화에도 쉽게 받아주고 공부하라는 말 대신 아이들의 관심사를 내가 먼저 묻곤 한다. 그러면 아들이 “엄마 그것도 아세요?” 라며 놀란다.

그동안 나는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나의 학창시절과 비교하며 지금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아이들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서로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또한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서운하기까지 했었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내가 강요하던 세상은 많이 달랐다. 그로 인해 오는 갈등은 점점 심해져갔다. 21세기라는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살고 있었지만 생각을 지배하는 세상은 전혀 달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제 우리 아이와의 생각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나가면서 현실과 스마트한 세상 속을 자유롭게 공유하며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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