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익 시인

산마루 빗물이 나가는 자리에

작은 습지가 있네

 

여름에 길을 정비하려고 아스팔트를 깔면서

습지로 가는 길 마지막 통로를 50cm쯤 높였고

배수관을 묻었네

산마루라서 이곳에 무슨 생명이 살고 있으려니

하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네

 

서리가 내리던 늦가을

도롱뇽들이 줄지어 멈추어 있네

죽음의 행렬인지 모른 채

길을 찾았을 것이네

집으로 돌아와 겨울잠을 자고 싶었을 것이네

 

까만 아스팔트 위에서

하얗게 말라가는 도롱뇽의 꼬리를 보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춘, 휘어진 꼬리를 보네

산 아래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몸으로 써내려간 벽보,

까만 벽에 하얗게 휘갈겨 쓴 유서를 보네

향간마다 돋는 까만 하늘

<이번주 감상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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