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뜰 앞에 산수유 피고 목련이 봉오리 열어 봄을 맞은 기쁨에 젖었는데 피는 듯 또 꽃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꽃은 열흘을 붉지 못한다(花無十日紅)는 말이 떠오르며 덧없는 인생을 느끼게 한다.

현대 문명 속에 무한할 것만 같은 인간의 능력을 자랑하지만 해일이나 지진 같은 자연 재해를 겪으며, 오래전에 강원도 지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삶의 터전인 산촌 마을의 가옥이 전소되고 역사 깊은 낙산사가 잿더미로 변한 모습을 보았는데 금년에도 여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산이 잿더미로 변했는가하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에 이르고 있다.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행(幸)과 불행(不幸)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예기치 못한 일로 우리에게 불행이 닥쳐오기도 한다. 우리가 겪는 재해에는 자연 재해도 있지만 인재(人災)도 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편안 할 때에 위태로움을 생각(居安思危)하고 생각을 했으면 대비(思則有備)하고 미리 대비하면 환난을 당하지 않는다(有備無患)”고 했다. ‘닥쳐올 자연 재앙에 미리 대비했더라면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하는 이웃들의 아픔을 예방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기구개편으로 재난을 담당하는 독립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좀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 수해나 화재 등의 재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지만 이번 불행을 교훈 삼아 국민 모두가 저마다 한 번쯤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사람의 실수로 피우다 버린 담뱃불이나 태운 휴지가 불씨가 되어 많은 재산이 재로 변하고 나가서는 많은 생명을 앗아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 한사람의 부주의로 남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고, 음주 운전으로 교통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선량한 이웃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살아가면서 남에게 베풀거나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오늘을 흔히들 도덕 불감증 시대라고도 하고, 안전 불감증 시대라고도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졌으나 정신적으로 황폐해져가는 시대의 흐름을 직시하며 질서 의식과 준법정신 함양을 위해서도 다 함께 노력하여 실화(失火)나 불을 질러 남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고 생활 속에서도 화재 예방을 위한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 속에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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