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지난 9월 1일은 황금 들판을 거쳐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음성고등학교장으로 부임하는 날이었다. 백마령 넘으면 그리운 고향, 보천, 귀향 길에 오르니 주마등처럼 지난 시절이 스쳐간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교정, 여름이면 물장구치던 학교 앞의 실개천 그리고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향, 얼마나 다정한 말인가. 바쁜 생활속에서 외롭고 지치다 보면 더욱 그리워지는게 고향이요, 죽마고우가 아니었던가. 여우는 죽을 때 제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수구초심(首邱初心)이라고 했다.

향수에 젖으면서도 일년에 몇 차례 찾는 게 고작인 고향이었는데, 이제 고향에서 새 천년의 동량이요,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면서도 책임이 무거워진다.

중학교 시절, 눈보라치던 추운 겨울, 한금령을 넘어 귀가하면 된장찌개를 끓여 놓으시고 기다리시던 어머님, 1년여전에 저희 곁을 떠나신 어머니의 유택이 가까워진다. 숙수지공(菽水之供)하지 못한 불효자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가득 찼다. 백마령을 넘으니 모교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1월 8일 은행잎이 깔린 모교의 교정에서 해질녘의 고향의 정경과 보내(甫川)들에 울려 퍼지는 동문들의 노랫소리, 선·후배, 청장년이 어울린 줄다리기, 밀린 이야기를 꽃피우는 다정한 모습들이 떠오르며 동문체육대회날이 기다려진다.

이제 다정한 친구, 선·후배들이 자리를 같이하고 바쁜 세상사를 뒤로하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고향의 흙 냄새를 맡으며 고향의 정취에 취하는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금년은 우리 27회가 주관기를 맡게되는 해이다. 27회 동문들은 매년 여름이면 덕정리에 소재한 송기동 동문의 농장에 모여 이순(耳順)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밤을 지새며 이야기꽃을 피우며 동기애를 돈독히 해왔다.

초등학교 동문체육대회는 코흘리개 시절을 함께한 다정한 벗들과 고향의 선·후배가 자리를 함께 한 화합의 자리로,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이 기회에 고향을 함께 생각하며 고향과 모교의 발전을 걱정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고향의 발전에 한줌의 밀알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한금령을 지나 부임길에 올랐다.

그리운 분들의 건강과 고향의 발전을 빌며......

*13년 전에 쓰여진 글을 여기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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