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룡 시인

싸락눈 싸락싸락 내리고

바둑이는 아등바등 눈 위에서 뒹굴며

겨울은 솜이불처럼 녹인다

 

 

벽난로 지피는 손등에선

장작타는 내음이 진동하고

잉걸불이 된 참나무는

얼굴 붉힌 채

아궁이에서 한줌의 재가 된다

 

 

고구마 익는 냄새

사방팔방 흩어지고

바지랑대에 걸터앉은 참새 떼

짹짹짹 인사하느라 분주한

하롱하롱 눈발 휘날리는 한나절

 

 

얼음장 밑

푸른 보리싹이 얼굴 내밀 듯

왠지 오늘이 희망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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