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前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79년 청주고에 발령을 받았다. 3월 초 김○○학생이 결석을 하여 가정 방문을 하니 사람을 기피하고 학교 가기를 싫어하고 하루에 가족과도 한 두 마디 대화가 고작이었다. 동학년은 입학시험을 치르고 입학한 우수한 학생들로 졸업시 서울대에 80명이나 합격하다보니 생활지도 보다 성적문제로 정신건강 때문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후 며칠간 내덕동에서 수곡동 학생 집을 거쳐 반 강제로 택시로 학생과 출근을 하며 우유도 사먹이며 손도 잡고 대화를 시도해도 말이 없다.

청소시간 등 시간 나는 대로 대화를 했더니 “대학을 어떻게 가겠느냐”는 말이 전부였다. 속이 터지고 힘들었지만 12월 하순 제자들이 보낸 수십통의 글과 연하장 속에서 김○○의 연하장을 발견했을 때는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과 교직에 보람을 느꼈다.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만 전해 준다면 학원 강사나 다름없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방황하기 쉬운 청소년기에 대화를 통해 누구에게도 호소할 수 없는 가슴 벅찬 문제들을 풀어주며 적성과 능력에 맞는 진로 결정을 도와주며 확고한 인생관과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협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만 한다면 교육이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80년 담임 반(2-3)에는 시내 학생회장 3명을 포함해서 1학년 때 학급 간부 경력의 학생이 4명이나 되고 문제성 있는 학생이 6명이나 되었다. 우수한 학생이 많으면 때로는 배타적이고 협동과 인화가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4명을 실장, 부실장과 총무를 2명으로 늘려 임명하여 4명이 분업 체제 아래 협력해서 학급을 운영하였더니 화합 속에 운영되었다.

김oo군이 문제였다. 가정방문과 수 없는 대화를 나누며 정성을 기울였으나 퇴학을 당하며 눈물을 흘리며 교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그 후에 글로 격려하고 학원에 다니도록 권하는 등 학업을 독려해서 82년 검정고시를 거쳐 서원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마치 내가 장원급제나 한 듯 뛸 듯이 기뻤다.

청소년기에는 과도기로 혼자서 소화할 수 없는 벅찬 일들이 쌓여있다. 주위에는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

누구도 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근무 중 후반기에는 상담실이 마련되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정직해라,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것을 강조했다.

잘못된 일도 정직하게 털어놓으면 때로는 용서를 해주었다. 점차 이성문제 등 자신의 문제를 터놓고 대화를 나누고 해결하려는 학생이 늘어갔다. 이성교제, 흡연, 음주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그렇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생활지도를 한다면 그것은 하나도 문제 해결에 접근할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고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10년 전 9월 1일에 모교 교장으로 부임하니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들이 대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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