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前음성교육장

 
 

지금 당장 30초만 숨을 쉬지 말고 참아보자. 아마 무척 답답하고 얼굴색이 변하는 것은 물론, 금방 쓰러지고 말 것 같은 느낌이 들것이다. 이렇듯 공기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매우 귀중한 기체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귀중한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듯이 부모님의 고마움도 모르고 살고 있다.풍수지탄(風樹之歎)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그치지 않음을 한탄한다'는 뜻으로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어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다.사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그 은혜를 헤아리기 힘들다. 그러나 부모가 돌아가시어 그 빈자리가 생기면 비로소 그분들의 은혜를 깨닫게 된다.또, 불효했던 자식이 지난날을 후회하며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그 때는 이미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이므로 아무리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82세의 노인이 52세 된 아들과 거실에 마주앉아 있었다. 그때 우연히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의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노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저게 뭐냐?"아들은 다정하게 말했다. "까마귀에요, 아버지"아버지는 그런데 조금 후 다시 물었다. "저게 뭐냐?"아들은 다시 "까마귀라니까요."노인은 조금 뒤 또 물었다. 세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짜증이 났다."글쎄, 까마귀라고요." 아들의 음성엔 아버지가 느낄 만큼 분명하게 짜증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아버지는 다시 물었다. 네 번째였다. "저게 뭐냐?" 아들은 그만 화가 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까마귀, 까마귀라고요. 그 말도 이해가 안돼요? 왜 자꾸만 같은 질문을 반복하세요?"조금 뒤였다.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때가 묻고 찢어진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그 일기장을 펴서 아들에게 주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었다. 거기엔 자기가 세 살짜리 애기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오늘은 까마귀 한 마리가 창가에 날아와 앉았다. 어린 아들은 '아빠, 저게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까마귀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아들은 연거푸 23번을 똑같이 물었다.나는 귀여운 아들을 안아주며 끝가지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다. 까마귀라고…….나는 똑같은 대답을 23번을 하면서도 즐거웠다. 아들이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했고 아들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이 마냥 즐거웠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