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님

황토방을 짓고 바닥을 말리려면 불을 때야 한다고 해서 장작 넣고 불을 지폈다. 조금의 불쏘시개가 있으면 되려니 하고 열심히 부채질해 본다.
그러나 이내 장작에 불을 옮기지 못하고 꺼져버린다. 다시 잔가지 넣고 부채질을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불이 붙지 않으면 금방 불꽃은 사라지고 만다. 그러길 몇 번 하다 보니 불 지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불쏘시개로 쓰일 잔가지가 많아야 하고 그것들이 불꽃을 일궈야 장작까지 이어 간다. 장작에 불이 붙으면 이글거리며 불꽃은 아궁이 깊숙이 춤을 추듯 들어가 온돌을 따뜻하게 한다.
무심코 아궁이 속을 들여다보다 우리 사회의 모습도 이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옮겨간다. 기업의 경영자 혼자 잘해서 발전이 있었을까?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수많은 수고와 희생이 지금의 최고 경영자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호의호식하는 사람은 누군가 잔가지에 속한 직원들은 아니다. 멋진 집에서 세계에서 몇 대 안 되는 차를 굴리고, 최고의 감상을 위해 개인적으로 가수를 초청해 감상하고, 세계를 이웃집 가듯 가는 사람은 경영자다. 물론 그들의 수많은 설계와 계획, 그리고 수고와 철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말 못할 수많은 시간을 실패를 거듭하면서 지금은 기업을 일군 것은 인정한다. 다만 보이지 않는 다수 직원을 위해 복지 정책도 사회보장도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위정자들도 마찬가지다. 선거철엔 구십도 각도로 인사하며 한 표 한 표를 부탁하던 정치인들은 당선되고 난 후에 얼마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까? 자기들이 잘 나서 정치인이 된 양 거들먹거리고 공약은 공수표가 되고 서로 잘났다고 삿대질하며 국민의 고통을 뒤에 두고 자기들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신문에서 본 기사로는 국회의원 한 번만 해도 평생 연금을 받는 법을 국민 몰래 회의에 부쳐서 통과시켰다 한다. 인터넷으로 읽다가 꼬리 글을 달며 울분했었다.
국민의 고통은 외면하면서 자기들 일엔 어찌 그리 빨리도 통과시키는지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는 지지부진하다.
상정도 못 하고 흐지부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청년 실업문제 때문에 자살 청년들이 늘어가는 시점인데도 대책이 없다. 선거를 보면 또 험담뿐이다.
자기들 소신만 밝히면 될 것을 굳이 남의 구린 구석만 파내는지 답답하다. 불쏘시개 같은 국민이 자기들은 받쳐 주는 줄 모르고 자기 스스로 잘나서 그 자리에 있는 줄 아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진정한 위정자가 되라고.
잔가지의 속한 국민이나 회사의 노동자들은 자기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며 적은 월급봉투에도 불만보다는 보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열심히 사는 것이다.
산을 지키는 것은 거목이 아니라 잡목이란 말처럼 수많은 잔가지는 우리나라를 꿋꿋이 받치고 살고 있다. 역사의 뒤에서 조용히 이 나라를 지탱하는 국민의 수고를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회이길 기원해본다.
어느 나라든 잔가지에 속한 국민은 열심히 일한다. 알뜰하게 가정을 보살피며 산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허리띠를 졸라맨다. 사회 지도자들도 잔가지였을 때를 잊지 말고 좀 더 많은 수고와 진정한 애국 애민의 마음으로 돌아가길 기도해본다.
잔가지의 수고 덕분으로 멋지게 장작에 불길을 올린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불꽃은 정열적으로 내 눈에 비친다. 희망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이글거리는 파란 불꽃이 힘차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 국민도 세계 국민도 이 난관은 반드시 이겨 낼 것이다. 경영자와 노동자도 위정자와 백성도 모두 모두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날이 꼭 올 거라는 희망이 불꽃처럼 타오를 것이라고.
나는 잔가지로 산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내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하며 사는 내 삶도 보람차다. 다 잘난 사람 속에서 나 한 사람 못난이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숲을 지키는 것은 잡목이듯 난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불쏘시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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