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의 농부

푸르름이 짙어 가는 삼일 공원에 왔다.작가의 꿈을 안고 충북의 여성들이 많이 모였다. 꽃보라 일으키던 벗꽃에 이어 아카시아 꽃이 향기를 뿜으며 한잎 두잎 떨어져 나의 원고지에 마침표를 찍는다.
여성 백일장의 주제인 ‘들길’과‘여름밤’ 중에서 나는 여름밤의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손끝이 가늘게 떨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턱을 고이고 생각하는 사람,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이 나무그늘에서 짝을 지어 각자의 글을 표현하느라 손놀림이 빠르다.
내가 이렇게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데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크다. 집에서 나올때는 ‘한번 해 보는 거야’하며 자신을 했는데 막상 나와보니 아직은 그릇이 작다는 것을 실감한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일반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참가한 것에 뜻을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삼일 공원을 뒤로 음성으로 향했다.
버스에 올라 창가에 앉았다.
논에서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나의 시선은 농부의 써레질 하는 트렉터에 눈이멎었다. 아저씨 혼자서 하시는 일이 외로워 보인다.
트렉터속에 친정 아버지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찔레 꽃이 하얗게 필 때면 아버지는 소와 함께 논을 써레질 했다. 눈망울이 큰 암소는 아버지 친구였다.
소의 등에 멍에를 얹고 쟁기를 끌게 하고선 아버지는 소를 향해 “이랴”하면 일을 시작 한다.
소는 일을 잘 하다가도 딴정을 피울때면 어김없이 아버지는 “어저저저”하신다. 그러면 소는 아버지의 말귀를 알아듣고 힘겹게 써레질 하던 모습이 어제 같은데...
아버지는 일한 소에게 풀과 겨를 섞어 끓인 소죽을 먹였다. 그때 농촌에서는 암소가 큰 재산이었다.
우리는 찔레꽃 나무 순이 올라오면 꺾어 껍질을 벗겨서 먹곤 했다. 논에서 우렁이도 잡고 올챙이를 쫓다가 흙탕물을 뒤집어 쓰곤 했다.
지금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해 줘도 알아듣지 못한다. 기계문명에 익숙해져 있을뿐더러 놀이도 PC게임이나 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정겹게 뛰어놀던 놀이를 아이들은 요즘 유행어로 썰렁하다고 한다.
들녘에 트렉터의 농부는 털털 거리는 기계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농산물 값이 해마다 폭락해도 올 농사는 잘 되기를 기대 하시겠지...
논물 위로 삐죽 나와 있는 연두색의 어린 모는 나의 고향 그대로 이다. 항상 가까이 있는 창밖의 자연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오늘 백일장에서 나의 글을 가득 채우지 못한 것도 하나의 과정이 이라 여긴다 외로워 보였던 트랙터의 농부도 육십 연대 나의 아버지도 삶의 충실 하였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앞서가는 삶이라 생각한다.
동양일보와 뒷목 문학회에서 주최한 백일장에서 두서 없는 글을 써낸 자신에게 농부의 부지런함을 닮으라 일러주고 싶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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