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시인

잘 익은 옥수수가 헤엄쳐 간다

만리장성을 쌓은 석조물이 저리 촘촘할까
천 개의 창문이 번쩍거린다
석양에 물든 사하라사막의 모래 언덕인가
살아 꿈틀거리듯 남극의 빙하가 와르르 쏟아져 내리며
태양을 튕겨내는 폭음이 저리할 것이다
안드로메다 성운 저쪽에서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황금빛 비행접시 같기도 하고
가로등불 품으로 뛰어들며 소곤거리는 눈송이 요정도 저랬지

잊혀던 천개의 기억이 동시에 되살아나
금빛 갑옷을 입고 광개토대왕이 요하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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