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칼럼

가을을 보내는 비에 젖은 포도에 깔린 은행잎을 밟으며 산책을 하노라니 지난 세월 따라 인연이 맺어진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10년 전 가을, 장학사 시절에 괴산군 내 중학교에 장학 지도 차 학교를 방문했을 때 수업참관을 하게 되었는데 젊은 선생님이 수업 중에 내가 평소 강조하던 학습내용과 관련 있는 덕목을 설명하며 밀도 있는 수업 지도를 하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그 후에 충북대 사범대학 부설 중학교 교감시절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어느 날 담임반의 결손가정으로 아버지와 함께 사는 학생이 결석하자 선생님께서는 가정을 방문했으나 학생을 만나지 못하자 만화가계 등 학생이 잘 가는 곳을 찾아가서 학생사진을 보여주며 발견하면 연락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아이는 충남 쪽에 근거를 둔 불량배들에게 납치되어 끌려 다니며 범죄에 이용당하다가 집 근처에 나타나자 선생님의 얘기를 들었던 만화가게 주인의 신고로 학생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해 친척들과 면담을 통해 경기도 친척집으로 거주지를 옮겨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사랑과 정열로 지도하시던 담임을 만나 위기에서 구출된 학생, 지금쯤 20대 중반일텐데 어떻게 지내는지?

군자삼락(君子三樂)에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기쁨을 들고 있는데 능력 있고 모범적인 학생을 명문대학 보내는건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학생들 중에는 선생님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부적응 학생이나 소위, 문제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을 상담하고 돌봐 학교를 마치도록 지도하는데 힘써야겠다.

지난 90년대 말 음성고 교장으로 재직 시에는 담임반 학생이 결석하자 담임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해서 음독한 채 누워있는 학생을 죽음 일보 전에 구출하기도 했다.

가끔 신문기사나 TV에서 일부 몰지각한 교직자의 비교육적 행동이 대서특필되기도 하지만 교단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말없이 가정도 잊은 채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신다.

한 분은 최연소 교장급으로 승진하시어 지역 교육청 장학관을 거쳐 초빙교장으로 고등학교 교장으로 계시고, 한 분은 시내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를 하고 계시다.

그밖에도 훌륭한 선생님을 많이 만났지만 제한된 지면으로 다 소개 드리지 못하며 그래도 선생님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내일의 교단에 희망을 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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