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한국문인협회 회원

성性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성스럽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러한 성性이 작금에 이르러 인간의 가장 추악한 동물적 본능으로 전락하여 성폭력 성희롱이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교사가 제자를 상사가 부하를, 차마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추행들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즉 지위 고하나 노소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지탄받을 일이라 하겠다.
성 폭행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초등학생들 중 몇몇은 호신용 부저라 하여 위급한 상황이 되면 소리를 내서 주변의 이목을 환기시키는 장치까지 갖고 다닌다고 한다. 방범용과 호신용 두 가지가 있으며 초등학생은 그 중 호신용으로 자기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모든 국민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판에 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으니 과연 이래도 될까 싶은 생각에 한동안 멍한 기분이었다.
한 검사가 피의자를 심문하던 중 유사 성폭행을 했고 결국 성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일설에는 피의자 쪽에서 자기의 죄를 가볍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았다고도 하며 또 한편에서는 검사 자신이 그런 조건을 내세워서 접근했다고 하지만 어떤 경우든 성을 그 도구로 삼았다는 자체가 심각한 일이다. 인간의 성을 그렇듯 가벼이 취급하는 풍조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나 이래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땅에 떨어지고 말 테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법을 수호하는 일에 앞서야 할 법조계 검사가 피의자를 심문하면서 자기의 추접스러운 본성을 드러낸 것은 일차적 지탄의 대상이다. 법을 앞세워 국민을 기만하고 능멸하는 처사가 아닌가 싶어 뒷맛이 씁쓸하다. 아니 분통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검사라면 상당한 권력과 법의 위력을 쥔 자인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과연 국민은 누구를 믿고 정의를 논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성범죄가 날로 대담하고 악랄해지는 판국에 이를 심판해야 할 법조계 검사가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이슈 중의 이슈라 하겠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법에 대한 확실한 해법을 논할 수는 없지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면 법은 한 개인의 폭력 수단으로 전락할 수가 있다. 아직은 수사 중이고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어려우나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충격은 대단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여성들 본인의 정조관념 문제다. 앞서 말한 피의자가 만약 추정하는 그런 조건에 응했다면 분명 자신을 깎아내린 처사다. 뭐랄까, 정조에 대한 본인들의 단속이 그렇다면 상대방 역시 별다른 장벽 없이 아무렇게나 대할 수 있다. 은장도를 갖고 다니면서 지키던 옛날을 생각하면 그만치 중요한 것인데 요즈음의 허물어진 관념이 더 성폭행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을 때가 많다.
아무튼 수사를 맡았던 검사는 도주우려와 증거인멸이 있다 하여 체포되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한데 그 죄목이 뇌물수수혐의라고 했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피의자가 자기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면죄를 받기 위하여 성을 제공했을 리는 없다고 봤을 때 수사 검사가 감형을 빙자하여 성을 요구하였다는 결과가 나온다. 어찌 되었건 성을 뇌물이라고 표현한 것에도 이의를 표하는 바다. 성을 뇌물의 하나로 생각하는 자체부터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분명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듯 성을 가볍게 여기다 보니 자의든 타의든 성폭력이나 성추행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철저한 수사와 심판을 촉구하며 불을 끄기 위한 법령보다는 애당초 불을 내지 않도록 하는 강한 법령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새로운 법 제정 못지않게 인간의 존엄성이 우선하는 사회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라며 근본적인 정부의 대책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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