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10대는 아프다. 친구들 때문에, 부모 때문에, 공부 때문에 아프다. 학부모는 괴롭다. 선생님은 힘들다고 한다.
가출아동 10만 명, 학업중단 청소년 20만 명, 학교부적응 문제아 178만 명 시대.
이 많은 아이들이 폭력과 각종 문제행동을 저지르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심각한 사회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 교육 어찌해야만 하나? 정말 해법은 없는 것일까?
가정의 품을 떠나서는 생존해갈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어린 싹들이 바로 아동·청소년들이다. 아동은 가정 내에서 양육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가정과 사회는 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로부터 양육은커녕 학대받고 방임되거나 아예 가정이 해체돼 집을 떠나는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첫 가출은 초등학교 때가 25.2%, 중학교 1학년 때가 20.7%, 중학교 2학년 때가 20.2%의 순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많아 충격적이다.

첫 가출은 주로 부모의 이혼 및 불화, 가정 내에서 신체.정서.언어적 학대 등 가정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출청소년 10명 중 4명 정도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위기 청소년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우울하고 불안했을까? 처음에는 모두 선하고 예쁘고 희망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어쩌다가 이토록 밉고 흉하고 절망적으로 변했을까?
어른 손에서 크면서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이는 어른하기 나름이고 아이 곁에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단지 나이 먹은 사람이 아니라 성숙한 어른이 있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 곁에는 점차 어른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 곁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심지어 엄마와 아빠마저 사라지고 있다. 아이는 학교, 학원, 가상공간, 온라인세상을 옮겨 다니며, 또래 세상에 흠뻑 빠져있다. 미성숙한 세계에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나마 아이들 곁에 남아 있는 어른은 억압적인 경우가 흔하다. 지금 아이들은 존중받고, 보호받고,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다. 부모가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우리네 부모들은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이에게는 감정의 찌꺼기가 쌓이고 쌓여서 어른과 아이 사이의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결국 부자지간과 사제지간의 관계가 망가지고 있다.

 하수구가 막히면 썩은 냄새가 진동하듯이 잇몸에 찌꺼기가 쌓이면 악취가 풍기듯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쌓인 감정의 찌꺼기가 한꺼번에 터지고 무너지는 게 폭력이고 자살이다.

폭력피해자가 훗날 폭력가해자가 될 확률이 높듯이, 가정붕괴가 학교붕괴로 이어지고, 불행이 대물림되면서 결국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위기학생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문제인양 못 본 척하거나 방치하면 안 된다.

이제 위기학생 문제는 우리 아이의 문제이고, 내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미 미국의 경우, 아동 네 명중 세 명이 친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 못할 정도로 가정이 붕괴되었고, 학교 역시 교정에서 총소리가 날 정도로 붕괴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관계상실의 늪과 혼란’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가정붕괴와 학교붕괴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화목한 가족과 인성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물려받았다.

위기학생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해법 마련을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만 한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십년만 더 지나면 미국처럼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소용없고, 그때 가서 열심히 한들 해결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교육에서 가장 결핍되어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상처는 감춘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햇볕에 드러내놓아야 하고, 요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대안도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식물에게 기본적인 토양과 환경이 거름과 물과 햇빛이라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토양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가르치고 사랑으로 껴안으면 아이들은 절대 비뚤어지지 않는다. 교육은 사랑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성공할 수 있다.

하루빨리 가출 아동이 없는 가정, 학교부적응 문제아가 없는 학교, 학업중단 청소년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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