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열 이사장(음성신협)

납북관계가 다소 우울해 보인다.
2000년 6월 있었던 남북 정상 회담의 환호성은 점점 사라지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오는 것 같다.
부시 행정부의 출범부터 시작된 북한 지도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는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변화 몸짓을 멈칫하게 만들었고,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행동 또한 북한의 체제유지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는데 나름대로 작용을 했다.
이에 반응하듯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활발하게 진해돼 온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당국간 회담에 소극적 자세로 임하거나 지연·정체로 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남북관계가 비관 속에만 잠겨 있다는 평가는 일단 유보할 필요가 있다.
냉전체제의 시대에 남북관계는 언제나 잠시 맑은 후 긴 먹구름에 뒤덮히는 변화의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공산권의 붕괴와 때를 같이 한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러한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단절할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현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 추진이후 이룩한 경제 협력 분야 등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과거의 양상과는 매우 다른 전환의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남한과의 경제 협력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점이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커다란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2000년 6월 15일의 남북정상회담은 화해협력이라는 남북관계의 미래와 관련한 하나의 획기적인 출발점임과 아울러 탈냉전 이후 남북이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한 냉전의 종착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클린터 행정부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시기와는 달라진 북한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남북관계가 "혹시 과거로 회항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걱정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있어 한반도의 역사적 맥락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일 때 따라서 답보하고 있는 듯한 북미관계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실현되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견실한 한미공조체제가 반드시 유지·발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민간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남북사이의 경제협력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진척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북 모두가 상호 화해와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의 커다란 흐름속에서 남북관계는 결코 회항하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믿는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과 기대만으론 부족하다.
북한이 아무리 변화를 통한 개혁을 바라고 있을지라도 자신들의 체제안전을 해치면서까지 화해협력의 무대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리고 인내하며 북한의 화해협력의 무대로 적극 나올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다.
남북관계가 다시는 과거의 냉전체제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모두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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