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푸르러 가는 산야를 바라보며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 곁을 떠나신 분들이 떠오르며 이공좌(李公佐)의 남가기(南柯記)에 나오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이 생각난다.
강남의 양주(楊州) 교외에 순우분(淳于芬)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의 집 남쪽에 있는 큰 느티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이 들었다.
꿈에 대괴안국(大塊安國)의 왕의 부름을 받아 국왕의 사위가 되어 남가군(南柯軍)의 태수로 20년간 남가군을 다스려 태평성대를 이루었으나 단라국의 침입을 받아 전쟁에 지고 아내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관직을 사양하고 서울로 돌아 왔으나 그의 명성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세력이 커지자 왕이 순우분에게 고향에 다녀오기를 권했다.
순우분이 “저희 집은 여긴데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왕은 “자네는 원래 속세의 사람으로 여기는 자네의 집이 아니네”라고 했다.
그는 옛집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그는 느티나무 아래서 지금까지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꿈 속에 들어갔던 느티나무 구멍을 살펴보니 그 속에는 성(城) 모양을 한 개미집이 있었는데 이것이 대괴안국이었다.
다시 구멍을 따라 남쪽으로 가니 또 하나의 개미집이 있었는데 이것이 남가군으로 남가일몽(南柯一夢)은 남쪽으로 뻗은 나뭇가지 아래서 꾼 꿈으로, 덧없는 인생과 부귀영화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회남자(淮南子)에, 생기사귀(生寄死歸), “살아있음은 잠시 머무름이요, 죽는다는 것은 본집으로 돌아감”과 같다고 했고, 열반경에는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 “나면 죽고 만나면 헤어지는게 정해진 이치”라고 이르고 있다.
잠시 왔다 나그네와 같이 머물다 가는 인생,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살다갈 것인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公水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많은 욕심들을 부리는가.
논어(論語)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고 하여 과욕(過慾)을 경계하고 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나친 욕심일랑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고 을유년(乙酉年) 새해에는 소위(素位)로 분수를 지키며 자족(自足)하는 생활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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