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인 식

 공직에 처음 임용되어 자판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충북지방공무원교육원(당시는 현재의 충북대학교 내에 위치)으로 신규임용 교육에 입교하여 2벌식 타자기를 두드리면서 처음 접하게 된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독수리 타법이었으나 교관의 지시에 따라 착실하게 배우다 보니 열 손가락 모두를 사용하게 되었고 현재는 자판기를 보지 않고도 원고만 보면서 각종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은 모든 직원들 책상위에 컴퓨터가 1대씩 놓여져 있어 문서작업을 손쉽게 편집하고 출력해 볼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군청내에 컴퓨터가 설치된 부서는 행정과 행정계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지사님이나 장관님께서 우리군을 방문할 경우에는 대부분글씨를 잘 쓰는 차드사에게 돈을 지불하면서 모조 전지에 쓰여진 보고서를 기다란 지휘봉으로 넘겨가며 군의 현안사항을 군수님께서 보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이야 직원들은 물론이고 계장들까지 문서작업이 가능해서 내용만 충실하게 작성하여 최고 결재선인 군수님까지 OK싸인이 떨어지면 A4용지의 규격으로 프린터로 출력해서 보고하던가 아니면 PPT에 의하여 보고하면 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예고없이 상급부서의 고위공무원이 군을 방문하겠다는 소식이 전언을 통하여 갑자기 전달될 경우에는 시간상 차드작성 의뢰도 불가능하여 어쩔수 없이 행정계에 보관된“고려명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행정계에서 관리하고 있는 컴퓨터를 부득이한 사유로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차드로 작성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 한밤중에라도 청주나 대도시에 있는 차드사를 모셔와 보고서 작성을 완료하고 출근 아침부터 군수님께서 기획계장과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장시간 연습을 하셨던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잠시 폐지되었던 지방자치제가 1991년도에 전면적으로 부활되면서 의원들께서도 실과사업소 업무보고나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한 부서별 질문 답변시에는 필히 자치법규를 요구할 것으로 예견되었기에 자치법규집 발간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타시군의 자치법규집과 대한민국의 법령을 전자문서시스템의 링크사이트와 컴퓨터 온라인 상의 각종 경로를 통하여 검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컴퓨터도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고, 자치법규집 역시실과소사업소 읍면에 단 1권씩만 배부되어 관리되어 왔기 때문에 최근에 제정되고 개정된 조례와 규칙 등을 검색해 보기 위해서는 군청 기획실을 방문해서 만이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시대였다.

 그래서 당시 박홍규 군수님과 기획계장님 등과 협의하여 자치법규집도 새로 발간하고 상급부서 고위공무원 방문시 워드로 작성해서 보고하게 되면 차드작성에 따른 시간과 예산, 행정인력도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으로 판단하고 컴퓨터를 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큐닉스 컴퓨터와 프린터기를 구입하여 기존의 자치법규집에 수록된 조례와 규칙 그리고 훈령 및 예규를 새로 입력하기로 하였는데 문제는 그 방대한 분량을 의회개원 이전까지 과연 입력시켜 발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영동군에서 입수한 자치법규집 복사 디스켓을 이용하여 일용여직원이 1주일 정도 입력 작업에 들어갔으나 돌연 입력 작업을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시작 초기단계부터 시련이 닥쳐왔다.
하지만“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라는 원효대사님의 말씀과“I can do it”(나는 할수있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몇 날 몇 일을 고심한 끝에 담당실무자인 내가 워드프로세서를 배우면 자치법규집 발간을 계획된 기간내에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왜냐하면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기 이전에도 6~700타의 타자 실력은 되었기 때문에 기획실장님과 기획계장님의 승낙하에 대전에 있는 큐닉스 학원으로 일주일간 워드 교육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일주일간 대전으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면서 큐닉스 워드프로세서 속성반에 등록하고 교육을 무사히 마치면서 자치법규 입력작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조례와 규칙은 전국에서 최초로 2DD 디스켓에 입력 작업을 완료한 영동군의 자치법규집을 벤치마킹하여 그다지 오랜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상급기관의 준칙에 따라 모든 시군의 조례.규칙이 제정되고 개정되어 왔기때문에 내용이 대부분 유사하여 영동군을 음성군으로 기관명만 수정해서 45일 만에 조례와 규칙에 대한 입력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훈령과 예규의 경우는 시군별로 내용이 대부분 상이하게 제정되어 모든 내용을 입력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새벽녘까지 기획계장님은 내용을 부르시고 담당자인 저는 입력을 하면서 새벽 2~3시까지 즐겁게 3개월여 넘는 작업을 하다보니 어느새 자치법규집 맨 끝부분에 편제되어 있는 음성군행정리반설치조례를 입력하게 되었다.

 또한 음성군 자치법규집 입력을 완료하고 A4 복사용지 규격으로 출력하여 출력된 원고에 의하여 마스터로 인쇄토록 의뢰한 결과 원고료와 편집 비용이 인쇄비용에서 제외되어 컴퓨터와 프린터 구입 예산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아 우리군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납품된 자치법규집을 전 직원들이 업무용 책상 위에 놓고 음성군의 관련 조례와 규칙 등을 손쉽게 숙지하고 연찬할 수 있도록 음성군청 산하 실과사업소 읍면 모든 계에 1권씩 배부하였다.

 그리고 음성군 의회에도 1991. 4. 15 개원식 이전에 배부를 완료하여 초대 지방의회 개원에 따른 의회와의 마찰 소지도 사전에 예방하고 자치법규집 추록 발간에 따른 행정의 능률성과 신속성을 도모하는 등 기획실 내에 컴퓨터와 프린터기도 공짜로 생기게 되었다.

 뿐만아니라 원남면장 재직시에 개최된 교회내 신약성경치기 대회에서도 신약성경을 38일만에 입력하여 1등을 차지한 바도 있고, 8년 넘게 매일 쓰고있는 컴퓨터 일기로 인하여 지금은 워드프로세서 작성과 관련해서는 박사가 되어 신규직원들 못지않게 문서를 폼나게 신속하게 출력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모쪼록 컴맹에서 워드박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소중한 기회와 적극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당시의 기획계장님과 당시의 기획실 모든 직원분들에게“그때 그시절 이야기”를 통하여 충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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