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분

지난 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무렵이다. 온 국민의 관심은 과연 누가 집권을 하게 될 것인가와 문민정부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때 오랜만에 만난 어느 작가 한 분이 확신에 찬 어조로 이렇게 말 한 적이 있다.
“000 씨는 이번 대선에서 절대로 승리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던 때도 그랬다.
고향을 다니러 갔던 그 분은 마침 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동기생을 만나 반가운 마음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그런데 문득 악수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이 사람은 이번에도 당선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이미 낙선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으므로 더욱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지역에서 가장 참신한 인물로 새롭게 어필되고 인기도 상승하던 때라 오히려 그 분의 진의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투표 결과 그 예언은 적중했고 은근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의 말에 의하면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과 접하면서 악수를 나누다보니 은연중에 터득한 느낌일 뿐만 아니라 그 예상이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손끝을 통해 상대방의 인품과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고 또 여과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데 위의 두 사람은 아직도 오만한 태도와 자만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래 가지고 서야 어떻게 민심을 잡을 수 있겠느냐며 개탄을 하는 것이었다.
역으로 어떤 후보자는 유권자를 만나 악수를 나누는 순간 ‘이 사람은 내 편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고 하는 것만 보아도 수궁이 가는 얘기이다.
악수란 본시 서양식 예법이지만 이게 우리의 일상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인사가 되었다.
크게 격식을 요하거나 웬만해선 실례를 범할 요지가 없어 부담이 따르지 않는 데다, 반가운 사람과 만날 때 나누는 악수는 기분이 유쾌해진다.
그러나 손은 우리 인체에서 가장 먼저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요즘처럼 선거 철이 다가오면서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행하는 악수는 그 사람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저울이 될 수도 있고, 끊임없는 화해와 친애를 나타냄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객관적으로 검증받기 위한 노력의 중요한 시도일 수도 있다.
해서 많은 사람에게서 신망을 얻고 지지표를 획득 해야 하는 후보자들로선 악수를 나누는 일에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정중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선 믿음과 신뢰가 느껴지고, 가볍게 스치듯 손끝을 잡았다 놓는 사람은 왠지 성격이 급하고 소신이 약해 보인다.
또한 백년언약이라도 하듯, 굳게 굳게 두 손을 움켜주고 흔드는 사람을 만나면 난감해 질 때도 있다.
될 수 있으면 따뜻하고 겸손함이 드러나는 태도와 정이 느껴지는 손, 그런 손을 만나면 항상 만나는 내 이웃처럼 편안하고 말없이도 공감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차라리 악수를 나누지 않음만 못한 사람도 있으니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손 한번 잡고는, 근엄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기관장이라도 만나면 싱겁기 짝이 없다.
악수는 손윗사람이 먼저, 여자가 남자에게 청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이 모든 원칙을 지켜가며 나누는 악수도 좋겠지만, 굳이 원칙을 따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만나면 반갑고 따뜻한 진심이 느껴지는 악수라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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