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前 청주고 교장 ∙ 칼럼니스트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로 불리어지는 오늘, 무한 경쟁의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시대적 상황 아래, 크게는 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 관계에서 작게는 수입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많은 문제에 부딪히며 생활하게 되니 병법(兵法)의 대가(大家)인 손무(孫武)가 떠오르며 그의 저서인 손자(孫子)를 생각하게 된다.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관철되어 있는 손자(孫子)의 병법은 첫째로, “승산(勝算)없는 싸움은 하지 말라”고 했다. “계산이 많으면 이기고, 계산이 적으면 이기지 못한다. 하물며 계산이 전혀 없는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있겠는가?” 둘째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병력이 달리면 물러나야 한다.

승산이 없으면 싸우지 않는다. 자기편의 전력을 무시하고 강대한 적에게 싸움을 건다면 애석하게도 적에게 희생당하게 될 뿐이다.”라고 적고 있다.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조조(曹操)의 전법(戰法)은 "군사에 행승(幸勝)은 없다"고 하여 적의 실수로 인한 요행으로 이기는 법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동서고금의 명장들은 결코 무리한 싸움이나 승산 없는 전쟁은 하지 않았다.

손자병법에는 "최상의 전법(戰法)은 사전에 적의 의도를 간파하여 이것을 막는 것이며, 그 다음은 적의 동맹관계를 깨뜨려서 고립시키고, 셋째는 교전(交戰)하는 것이고, 최하의 방책이 성(城)을 공격하는 것으로 성을 공격하는 것은 마지못하여 이용하는 최후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르고 있다.

힘에만 의존하여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은 비록 이긴다고 해도 가장 졸렬한 방책으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싸움은 아무리 잘 싸우더라도 상당한 손해를 면하기 어렵고, 오늘의 적(敵)도 정세 변화에 따라서는 장차 우군(友軍)이 될 수 있다.

국제 관계에서는 영원한 적(敵)도 영원한 우군(友軍)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최근 들어 한반도를 둘러싸고 6자 회담이 전개되고, 식탁에 수입 해산물과 수입 김치가 오르고, 농촌에서는 배추를 수확하지 못한 채 농민들이 한숨만 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어느 재벌 총수는 “손자(孫子)를 읽고 인간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다”고 하며 “인간관계의 지침서로, 경영전략의 텍스트”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오늘, 손자(孫子)가 밝히는 병법의 일부를 음미해보며 현실의 해법을 찾아본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