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어린 시절 무심코 들었던 칭찬이나 꾸중 한 마디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꾹 눌러 찍어주신 “참 잘했어요” 도장에 어깨가 으쓱했었고, 빨간색 색연필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려주시는 날이면 동그라미를 따라 벅찬 기쁨이 가슴속에도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누구나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고 싶어진다. 칭찬하면 칭찬한 만큼 그 이상으로 잘하고 싶어진다. 오죽했으면 ‘칭찬하면 고래가 춤추고, 곰도 나무에 오른다’고 하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 주는 칭찬의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의 칭찬은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칭찬과 격려처럼 어떤 이론과 방법보다도 그 효과가 확실한 교육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칭찬의 묘미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칭찬에는 왜 그리들 인색한지 모른다.

남을 칭찬하고 남이 잘되기를 바라기보다 남을 헐뜯고 남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마음,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칭찬 한마디가 금이 간 상대의 정신적 상처를 아물게 하고, 마음속에 뭉친 응어리를 풀어주며 아이들의 비뚤어진 행동을 올곧게 바로잡아 준다.

예전에 TV 대담 프로에서 사회자가 인기 여자 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가 된 동기를 질문하였더니, “꿈 많던 여고시절 국어시간에 선생님이 일어서서 책을 읽으라고 하여 떨리는 가슴으로 읽었더니, 다시 한 번 읽어 보라고 하시어, 무엇을 잘못 읽어서 그러시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시 읽었더니, 너는 이 다음에 아나운서하면 출세하겠다고 칭찬하신 그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아나운서가 된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술회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컸다.

미국의 한 저명한 외과의사에게 어떻게 해서 의사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루기 곤란할 정도의 난폭한 문제아였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우연히 내 손을 만져보고, 네 손은 참으로 훌륭하고 민감해 보인다. 이 손으로 너는 값진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매일 꾸중과 질책만 들으며 살아오던 나에게 선생님의 이 한마디 칭찬의 말은 낭랑하게 울려오는 나팔소리와도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그 선생님의 말씀대로 외과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 곤경에 빠져있을 때마다 그 초등학교 선생님의 낭랑하신 말씀이 머릿속에 되살아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외과의사가 된 동기요, 나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대답했다는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칭찬은 그 어떤 사람이라도 어둠에서 빛으로, 좌절에서 희망으로 나아가 성취와 성공에 이르게 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칭찬의 위대성을 잘 알면서도 칭찬하는 것에는 인색하고 칭찬 받기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반드시 고쳐져야 할 시급한 문제로, 사랑받는 사람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큰 축복이 있고, 칭찬받는 사람보다 칭찬하는 사람에게 더 큰 행복이 온다는 심오한 이치를 깨우치지 못함에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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