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운 태 한일중학교 수석교사

조팝꽃이 필 무렵이면 조밥같이 자잘한 하얀 꽃을 좋아 하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충주에서 학교를 다니다 토요일이면 시골집으로 달려왔다. 실컷 뛰어놀다 다시 충주로 돌아 갈 때는 기차 시간에 맞춰 1시간 이상 걸리는 기차역으로 달려야 한다.

 

그날도 충주를 가기 위해 세수를 하려고 엄마에게 물을 떠 달라고 했다. 물이담긴 세숫대야에 시커먼 짚재가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물로 어떻게 씻느냐”고 하면서 물을 쏟아내고 골을 부렸다. 그때 어머니는 아무 말도 안하시며 부엌으로 들어 가셨고 나는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충주로 간 기억이 난다. 이젠 그 일도 잊으셨을 어머니는 내가 철이 들었을 때는 먼 곳으로 가시고 계셔주질 않았다.

생전에 죄송하단 말도 못하고 가슴에 맺혀 달고 지내던 중, 어떤 뜻있는 일로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을 갚을까를 생각하다가 독거노인과 노인정 돌보는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이 많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돕기를 보람으로 여겨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도 많다. 소외당하고 멸시 받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모아 그들에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줄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이렇듯 남을 돕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뜻을 같이 하는 학생들과 함께 독거노인들을 소개 받아 도와 드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도와 드려야 하는지도 몰랐고 이 분들도 외로움을 감추면서도 어색한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찾아 가니 내심 우리가 가는 날을 기다린다고 하셨다. 우리는 힘을 얻어 열심히 활동하였다.

활동 하는 일은 식사보조 와 배달하기, 목욕시켜드리기, 말벗하기, 안마 와 다리 주무르기, 손톱 과 발톱 깎아주기, 연탄나르기, 휠체어 밀어주기 등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이었다.

또 다시 노인정을 방문하기로 마음을 먹고 노인정 일손 돕기를 했다. 면 단위로 갈수록 일손이 부족하여 노인들이 들일 논일에 참여하고 있었다. 힘들어 하시는 노인들을 위하여 일손도 덜어드리고 무거운 짐이나 운동기구들을 날라드리고 구석진 곳까지 청소도 해드렸다. 땀은 났지만 무척 시원함이 막혔던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요즘 들어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통해 사랑을 나누며 어른들에게 스스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볼 때는 무척 보람을 느낀다. 멀리 있는 친 손자보다도 가까이서 어깨를 안마 해 드리고 있는 어린 손을 잡고는 눈시울을 적시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신다. 이런 어르신들을 볼 때면 엄마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찡하다.

점점 노령화가 되는 시대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꾸준한 사랑과 베품으로 관심을 갖어 준다면 우리 모두가 밝은 생활을 하리라 믿는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사회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경험을 쌓게 되고 이런 경험으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기르고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면 더없이 값진 삶이 될 것이다. '사랑 나눔’이란 아름다운 행동에서‘작은 봉사 큰 기쁨’을 맛 볼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웃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깨닫게 되어 자신의 인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자유학기제에서 현장체험 학습으로 봉사포스트 활동을 권장한다면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봉사활동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그 지역 학교들이 연합하여 실시하고 지지해준다면 더 큰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봉사활동 후 소감문을 쓰게 했다. 진정으로 체험한 경험을 적은 소감문을 주변 친구들과 돌려가며 읽게 했더니 배려하는 마음을 서로 나누게 되고 봉사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게 자리 잡게 되었음을 느꼈다.

조팝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물씬 풍겨온다.

화려하지 않고 은은한 향을 간직한 어머니를 닮은 꽃. 조팝꽃이 지기 전에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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