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주(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음성군 정책자문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모든 국민이 침통해 있고 시절도 어수선하다. 이로 인해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어도 전국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이고 특히 신인 지방정치 지망생들이 자신을 홍보할 기회를 얻지 못해 마음을 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5월 22일이 되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아침·저녁 출퇴근시간의 전철역 입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공천이 확정된 자치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후보자는 물론 무소속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이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주고 구호도 외치면서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사거리에는 수많은 후보자 현수막들이 현란하게 붙어 있을 것이다. 주민들은 6월 4일이 되면 누가 자치단체장 후보인지, 도의원 후보인지, 시의원 후보인지, 교육감 후보인지, 어느 당 후보인지도 잘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투표장에 들어가 8번에 걸친 기표를 통해 각 분야에서 우리의 대표를 뽑을 것이다.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선거의 관심은 단연 향후 4년 동안 우리지역의 모든 살림살이를 이끌어 갈 기초자치단체장(시장·군수·구청장)이 누가 되느냐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자치단체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0명-1000명의 공무원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1년에 수천억원의 예산편성?집행권과 주정차 단속, 보육시설 설치, 도로정비 등 주민생활밀착형부터 지역 대형 건설사업까지 약 4000개 내외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다.

음성군 역시 6·4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군수가 오면 4년 동안 이 정도의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세금으로 군정을 이끌어 갈 군수를 뽑는데 제대로 된 일꾼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과거 지방선거 과정에서 부적절한 방법으로 선거에서 당선된 지역일꾼이 도중하차하는 불행한 사건을 겪은 적도 있고, 지방선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보아왔다. 이와 같은 결과는 종종 지역 내에서 주민 간 갈등 야기는 물론 지역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역발전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내가 행사하는 한 표는 매우 소중한 것이며 지연이나 학연에 연연해서 투표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음성의 비전 제시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음성군민을 실망시키지 않을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후보가 지역일꾼으로 뽑혔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째, 지역주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음성을 만드는 것이다. 즉 음성군 내에서의 재난?재해 또는 시설 및 물질로부터 그리고 강도?살인 등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주민의 생명·신체· 재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과 조치를 통해 주민의 안전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음성군의 안전도시 조성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구축이 이루어져야 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구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재난 시 지역 내 주민상호간 협력 프로그램과 재난대비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 밤에도 주민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음성의 지역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음성의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과 목표가 제시되어야 하며, 음성군의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현실진단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과 발전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수주하여 지역발전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은 물론 공무원과 관련전문가를 참여시켜 추진하되, 주민의 실생활과 연관되고 주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특성화되고 차별화 된 도시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셋째, 음성 하면 떠오를 수 있는 이미지의 형상화가 필요하다. 즉,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사실 음성은 주변 타 자치단체에 비해 경관이 뛰어난 산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인 문화유적지가 존재하지도 않다. 이러다 보니 음성과 연관시켜 떠오르는 특별한 브랜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고추, 복숭아 등의 작물이 널리 알려지긴 했으나 이는 어느 지역에서도 생산되는 먹거리 일뿐이다.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이라는 이미지로 크게 부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은 규모면에서나 내용면에서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일꾼이 만약 이 곳을 음성의 진정한 랜드마크로 만들고 싶다면, 보다 다양한 전략과 사업을 통해 음성의 이미지로 형상화할 수 있는 특징적인 장소로 만들고 전국적인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음성군민과 소통하는 일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선거유세 때는 지역주민에게 허리를 90도 각도로 조아리고 모든 지역주민의 머슴이 되어 정책을 펼치겠다는 후보자가 일단 당선되면 고개가 뻣뻣해지고 주민위에 군림하려 들고 귀를 닫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주위에서 들려주는 듣기 좋은 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듣기 싫은 소리에는 귀를 닫는다. 이는 결국 지역주민과 거리감을 갖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행정은 물 건너 가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일꾼은 화장실 가기 전이나 다녀 온 후의 모습이 같고 음성군민의 어려움을 잘 듣고 이를 실천하는, 귀를 크게 열어놓을 줄 아는 그런 후보자가 되었으면 한다.

다섯째, 음성에 살고 있는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음성에는 잘 사는 사람도 많지만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들도 많다. 즉 사회적 약자인,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 결혼이민자 및 외국인 근로자 등의 다문화 가정, 소년?소녀 가장,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그들이다.

최근 국가에서는 지역주민과 근거리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주민에게 편리하다고 판단되는 기능 및 사무에 대해 시군구청에서 읍면동으로의 이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즉, 주민의 편의성을 우선순위로 하겠다는 정책의지이다. 여러 가지 분야가 있을 수 있으나 사회복지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반 주민이 대상이나 특히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따라서 음성의 차기 일꾼은 이와 같은 국가정책을 이해하고 이에 발맞추어 정책을 추진하여 이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며 돌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섯째. 개인적으로 정신적·재정적으로 투명한 후보자가 지역 일꾼이 되었으면 한다. 안전행정부 등의 자료를 보면 민선 4기와 5기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40% 이상이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불법 및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고 임기 중 물러난 기초자치단체장도 민선 5기에만 29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지방선거 특성상 선거과정 중 많은 선거비용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당선되면 본전 생각이 나고 차기 선거를 위한 선거자금 마련도 필요하다. 이러한 심리적·현실적 불확실성 속에서 주변에서 유혹의 손길을 뻗치게 되면 이를 뿌리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공무원 인사 및 지역사업 인?허가과정에서 많은 비리가 오가게 된다. 결국 지도자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게 되고 이와 같은 결과는 해당 자치단체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주민의 정신적?행정적·재정적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나의 한 표에 음성의 미래가 좌우된다. 진정 음성군과 음성군민을 사랑하는 후보, 음성을 미래지향적이고 살기 좋은 도시로 디자인할 수 있는 후보가 음성의 지역일꾼으로 선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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