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섭 능산초등학교교장

 
 

우리 사회에선 언젠가부터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을 고집불통,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정서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대범하고 융통성 있는 것으로 왜곡되어 버렸다. 이 같은 정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우리 국민 모두가 점진적으로 습득한 자가당착적인 정서가 아닐까. 이번 세월호 사건은 기본과 원칙을 무시한 책임결여의 인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영국에는 “버큰헤이드호를 기억하라.”는 전통이 있다. 1852년 영국 해군의 수송선‘버큰헤이드호’가 사병들과 그 가족들을 태우고 남아프리카를 항해하고 있었다. 승객은 630명으로 130명이 부녀자였다. 아프리카 남단 케이프타운 해상에서 해난사고가 났다. 배에 있는 구명정은 3척밖에 없어 구조될 수 있는 사람은 180명뿐이었다. 반 토막 난 배는 시간이 흐를수록 침몰하고, 풍랑은 더욱더 심해져갔다.

그때 사령관 ‘시드니 세튼’대령이 전 병사들에게 갑판 위에 집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수백 명의 병사들은 명령에 따라 민첩하게 집합하여 부동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한쪽 편에서는 횃불을 밝히고 부녀자들을 3척의 구명정으로 모두 하선시켰다. 마지막 구명정이 떠날 때까지 사병들은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버큰헤이드호’가 침몰하면서 병사들은 물속으로 잠겨들었다. 어린이와 부녀자를 뺀 436명의 목숨을 잃었다. 사령관 세튼 대령도 장렬하게 수장되었다. 그 명령이라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임을 모두 잘 알면서도 여자와 어린생명을 먼저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우리의 큰 사고는 날 때마다 원인을 알고 보면 '예고된 인재'가 대부분이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들이다. 이런 사고만 나면 모두가 남만 탓한다. 누가 누굴 탓하는가. 다 누워서 침뱉기이다. 나 자신부터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지위가 높은 지도자일수록 더 처절히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물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관련자들은 법에 따라 엄히 다스려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인 원칙을 너무나도 무시하는 게 현실이다. 언제 어디서나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사고는 절대 없다.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아마 천재지변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기본과 원칙을 묵묵히 지키는 사회풍토를 빨리 만들어 가야 한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사태를 하루 빨리 수습하고 더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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