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오랜만에 교외로 나섰다. 찌는 듯한 무더위인데 폭염 속에 저 멀리 들녘에는 한 쌍의 부부가 밭일을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잡초들의 모습이다. 비료를 주고 정성을 들여도 곡식들은 제대로 자라지 않는데 밭고랑 사이의 잡초들은 뽑아도 끈질기게 자라며 생명력을 과시한다.

오래 전에 생활고를 비관한 어머니가 살려달라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드니 목숨을 버리는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서 우리를 망연자실하게 하며 뽑아도 또 자라나는 잡초의 모습이 생각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일본에서 어느 재벌 사장이 부도로 기업이 넘어가자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살을 결심하고 해안가에 위치한 여관에 들렸는데 우연히 벽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쓰여 진 낙서를 발견했다. 그렇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라고 생각한 그 사람은 자살하려든 생각을 접은 채, “자살하느니 차라리 그 용기로 열심히 노력하면 못 이룰게 있겠는가? 라고 생각한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일본에서 이름을 남긴 재벌 회장이 되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질병으로 사망선고를 받고 시한부 생명을 살면서도 살겠다는 일념으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막 버릴 수 있는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다. 효경(孝經)에도 “사람의 몸둥이와 머리카락과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이것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효도의 시작”이라고 하여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나의 몸을 소중히 할 것을 이르고 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단발령으로 두발(頭髮)을 짤리우게 되자 머리를 짜르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던 우리 선인(先人)들이었다.

최근에 일어나는 자살사건이나 살인 사건들은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오늘 청소년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 어려운 것 모르고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나약하게 자라다 보니 조그만 어려움도 참지 못하고 유혹도 뿌리 칠 수 없는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에는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가장 강한 것(自勝者强)’이라고 하여 우리 앞에 전개되는 유혹을 뿌리치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삶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전쟁후인 50년대, 중학교시절에 눈보라치고 비바람이 부는 날에도 한금령을 넘어 9km를 통학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온실의 화초는 밖에 내놓으면 곧 시들어 버리고 비바람을 맞고 자란 화초는 제대로 꽃을 피우며 자란다’. 이대로는 안 된다.

청소년들에게 청소년활동을 활성화하여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노작교육과 가치관 교육을 통하여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유혹을 이겨내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만이 자살과 다반사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예방하는 길임을 명심하고 다 함께 노력해야겠다.

논어(論語)에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過猶不及)’고 하여 과욕이 화(禍)를 부르는 원인임을 경계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하여 바르게 사는 모습을 강조했고, 유교에서는 ‘분수를 지키며 생활(素位)’하기를 권하고 있다.

이제 돈과 권력, 명예를 뒤쫓아 달리던 모습에서 걸움을 멈추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임을 명심하고 평범 속에 행복을 찾도록 노력하자.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