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현대사회의 특징적 변화인 산업화, 분업화 및 핵가족화는 가족 구조와 가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잘 키우고 싶어하지만 자녀 양육에 대한 즉각적인 도움이나 조언을 가족안에서 받기 어려워졌고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적절한 모델이 없다. 그러다보니 과거 자신의 성장 경험에 기초하여 아이를 키우게 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여왔던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 사회는 도덕, 윤리, 가치관의 변화로 인하여 부모역할이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막대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은 더욱 더 중요하고 어려워졌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만남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사회 속에서 가치 있고 바람직한 존재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 자식이라하더라도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게 원치 않는 자녀의 문제들이 유발되면서 부모는 힘들어진다. 특히 부모 자신이 불행한 아동기를 보냈거나 부모로서 심리 정서적 경제적으로 전혀 준비되어 않은 경우,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는 취약한 부모인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기가 어렵다.

칠곡, 울산, 대전 계모 사건부터 게임중독에 빠져 28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까지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은 가운데 사건의 원인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보호자가 돼야 할 부모가 오히려 자녀를 학대, 방임, 심지어 살해까지 한 사건들의 배경을 살펴보면,?“준비되지 못한 부모의 역할이 문제”라는 게 심리·범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부모들의 대부분이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여겨 체벌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녀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다고 하면서도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다름 아닌 부모가 80% 가 넘는다는 전문기관의 조사 자료를 보면 안타까움과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아동 학대는 단순 체벌 수위의 문제가 아니라 양육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못한 부모의 태도 그리고 부부갈등과 같은 가정불화도 잠재적으로 포함돼 있다. 특히 가정폭력 ,사회적 고립, 빈곤, 실직, 이웃의 특성 ,상황적 스트레스, 폭력과 체벌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등이 아동학대의 발생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아동학대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인 것이다. 가정폭력의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동은 학대와 공격을 받으며 학습된 가정폭력으로 인해 그들 자신이 학대하는 부모가 되어 갈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의 안전과 경제 성장, 복지 증진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이 모든 국가정책의 기반에는 가정이 있어야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가정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정이 안전하고 행복해야만 사회와 국가가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가정이 안전하고 행복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바람직한 역할과 태도를 배우고 익히며 , 가정이나 사회의 구성원간 효과적인 상호 작용 방법 등을 교육받고 준비해나갈 수 있는 사회적 교육시스템 마련과 가정내 폭력이 반드시 근절되어 가족이란 이름 아래 쉽게 드러내지도 못하는 이러한 고통을 받는 이가 없도록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 마련이 더욱 강화되어야할 것이다.

특히 더 이상은 아동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어야만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지켜주는 일은 부모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구성원 모두의 책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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