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준 음성교육지원청교육장

부곡(釜谷)과 금정(金井)

‘감우재’가 ‘큰 고개’라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근거로 ‘가마솥’의 ‘가마’가 ‘크다’는 의미의 고어라는 사실은 지명에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하와이 갔다 왔느냐‘하는 인사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한때 인기 관광지였던 ‘부곡 하와이’라는 관광 명소가 있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에 있는 ‘가마골’을 한자로 표기한 이곳 ‘부곡(釜谷)’은 이곳이 온천으로 개발되어 유흥 시설을 설치하여 전국의 관광객이 몰려드니 자연히 지명에 대한 언급이 언론을 통해 널리 회자되었다. 조상들이 선견지명이 있어서 온천이 나올 것을 예견하고 ‘부곡’이라는 지명이 생겼다느니, 이곳 지형이 가마솥처럼 생겨서 물을 끓이는 형국이니 온천물이 나오게 되었다느니 하며 저마다 견강부회하였으나, 우연히 온천수가 나와 개발하였을 뿐 ‘큰 마을’, ‘큰 골짜기’라는 의미의 ‘가마골’임이 분명한데 ‘가마’의 의미를 잃어버린 결과 이러한 해석상의 혼란이 생겨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음성지역에서도 원남면 하로리의 ‘가마골’이 한자로 ‘부곡(釜谷)’이라고 표기하는 예를 볼 수가 있다.

이와같이 지명에서 옛말의 의미를 잃어버림에 따라 후손들은 그 의미를 알 수가 없으므로 비슷한 말을 유추하여 해석하게 되고 그 말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여러 가지 엉뚱한 지명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마’라는 말을 ‘솥’과 연관지었고, ‘거미’는 곤충의 ‘거미’로 ‘곰’은 동물의 ‘곰’으로 연관지을 수 있었으나 ‘금’은 구체적인 형상의 말이 없으므로 ‘쇠(金)’나 보석의 ‘금’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지역에서 보이는 금정(金井), 금천(金川), 또는 금정곡(金井谷)의 ‘금(金)’은 ‘가마’의 변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을 이루려면 물을 구할 수 있는 샘이 마을마다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며, 샘은 물을 사용하기 위하여 마을사람들이 늘 모이는 중심지로서 이름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형지물을 가리키기 위한 우물을 수식하는 말이라면 돌(石), 독(항아리) 등 우물을 이루는 소재거나 물의 온도상의 특징(매우 찬 물), 물의 특별한 성분(약수), 또는 크기를 지칭하는 말이 적합할 것이다.

따라서 음성 지역에서 다음과 같은 지명의 경우 삼성면 덕정리의 ‘김정, 금정(金井)’, 소이면 갑산리의 ‘금정(金井)’, ‘김장골’, 소이면 금고리의 ‘금정(金井)’, ‘김장골’, 삼성면 선정리의 ‘김장골(金井谷, 金長谷)’, 음성읍 삼생리의 ‘짐장골’ 등은 ‘큰 우물’, ‘큰 우물이 있는 마을’, ‘큰 우물이 있는 골짜기’라는 의미로 마을이름이 생겨난 뿌리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금왕읍 금석리의 금촌(金村)은 ‘쇠실’의 한자 표기이므로 ‘쇠’에서 어원을 찾아야 하며 ‘크다’는 의미의 ‘가마’와 연결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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