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선

이제 생각하니 벌써 38년이 흐른 이야기가 되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난 직후의 계절이기에 아직 차가운 겨울 이었다

군대 가기 전이니 집에서 놀고 있자니 마땅히 할 일이 없이 겨울을 농촌에서 짬짬이 보내고 있었다. 밑에 집 친구가 제의했다. 이웃동네 처녀들하고 화투(뽕치기) 치며 저녁에 놀자고 슬슬 꾄다. 어른들 보면 꾸지람 들으니 어른들 출타한 친구 집에서 놀게 마련이다.

화투 치며 노는 것도 무언가 먹을거리가 준비되어야지 않겠나?

그래서 고민 끝에 이웃마을 처녀들에게 제의했데…

여자들 쪽에서는 밥을 구해오고 (훔쳐 오든 해 오든)남자 쪽에서는 고기 거리를 준비하는 걸로… 이렇게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그 시설에는 용돈도 없고 남자친구를 주머니에는 한 푼도 없는 백수 신세라서 고민이다. 우리 총각 세 명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결과 닭서리나 집토끼를 서리를 하기로 하고 행동을 개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누구네 집의 것을 택하느냐가 또 고민이다.

한적한 동네 뒷길 골목을 걸어가면서 수군거리는데 제법 근사한 덩치가 있어 보이는 수탉 한 마리가 서너 마리 암놈들을 거느리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저걸 어떻게 때려잡을까 하는데 막내 친구가 주머니에서 콩 하나를 수탉에게 던져주었다.

수탉은 경계를 계소하는 사이에 제법 통통하게 살이 오른 씨암탉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와 냉큼 한입에 삼켜버렸다. 조금 있으니 캑캑거리며 고통스러워하며 비틀걸음을 하며 언덕길을 헤매고 있는게 아닌가.

“야! 무슨 콩이기에 저러지 ?”

통 준 녀석이 “내가 꿩 잡으려고 콩에 홈 구멍을 파고 싸이나(청산가리)를 넣은 콩이야.” 허 ~저런! 쯧쯧…. 콩을 준 녀석이 얼른 닭을 낚아채 덤불 속에 처박아 두었다. 수탉은 암탉을 낚아채자 쪼을려고 대들었다.

그때는 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참 용감하고 대견스런 한 무리의 리더였던 것이다. 장난이지만 인간은 잔인해…

“이놈은 누구네 닭일까?” 내가 중얼거리니 콩을 준 녀석이 “글세 …. 우리 닭 같기도 하네!” 그냥 무심코 던져준 것이 자기네 닭에게 준 꼴이 되었다! 히히… 그래도 어쨌든 서리는 서리고 우리는 공범들이다.

청산가리는 독극물이므로 닭을 빨리 처리 (내장졔거)해야 했다.

골짜기 가서 닭의 배를 따고 내장을 제거하고 내용물을 땅에 묻었다. 그날 저녁 암탉은 6명의 처녀 총각들의 식탁에 희생물로 올려지고 말았다. 수탉은 거느리는 무리를 위하여 주의 사람들을 경계하고 콩을 함부로 주워 먹지 않고 한 무리의 리더로서 자기 본분을 다하는 모습을 가짐으로써 우리 악당들의 희생물이 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보면서 한 무리(집단)의 리더는 자기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면 ‘잘한다 훌륭하다.‘ 등의 칭찬이 자자하지만 암탉과 같이 낼름 주워 먹으면 안타까운 비운을 맞이하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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