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준 음성교육지원청교육장

할아비성과 할미성

음성역 인근에 있는 평촌(벌말)의 너른 들에서 바라보면 들을 감싸는 수정산이 있고 반대편에 수정산의 모양과 비슷하면서 규모가 큰 오성산이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다. 이 들판에 살던 조상들은 눈만 뜨면 보이는 두 산에 대하여 할아비성, 할미성이라는 아주 정감있는 이름을 지어 불렀던 것이다.

할아비성인 오성산은 원남면과 소이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 485m이며 예로부터 ‘가막산’이라 불려오다가 한자로 ‘오성산(烏城山)’ 또는 ‘오두산(烏頭山)’이라 표기되었다. ‘가막산’이란 지명은 경기도 파주, 강원도 원주, 경남 산청, 전남 영암, 해남, 경남 의령, 제천 봉양 등 전국에 널리 퍼져 있는 지명으로 ‘감악산’으로도 표기된다.

‘가막’이란 말은 ‘까마귀’의 음과 유사하여 ‘오(烏)’로 음역하여 표기되고 있으나 ‘가막산’ 아래 ‘가마골(큰 마을)’이 위치하는 것으로 보아 ‘크다’는 의미의 고어인 ‘가마’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따라서 ‘가마재’, ‘가막산’, ‘감우재’를 한자로 표기하면 ‘오성산(烏城山)’이 되므로 ‘가마’가 붙은 지명이 전국에 널리 산재하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큰, 높은’이라는 의미의 일반 용어로 쓰이다가 지명으로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할미성인 수정산(水精山)은 음성읍 평곡리와 한벌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 394m의 나즈막한 산이며, 산 위에 수정산성이라는 옛 석성이 있다. 이 산은 수정산, 성재산, 수정산성, 수리봉, 할미성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가장 먼저 지어진 이름은 ‘높은 봉우리’를 의미하는 ‘수리봉’이었을 것이며 그 이후 인간이 만든 지형지물인 ‘산성’이 생기면서 ‘수정산’이란 지명에 따라 이 산 위에 있는 산성의 명칭을 자연스럽게 ‘수정산성’이라 했을 것이고 산성이 있으므로 ‘성재산’이라는 이름도 생겨났으리라 짐작이 된다.

조선시대 전기의 기록물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음성현과 관련하여, “고적으로 옛 산성이 수정산(水精山) 위에 남아 있는데, 돌로 쌓아 둘레가 1,271자, 높이가 1장(丈) 남짓하며, 성 안에 우물 하나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산위에 우물(井)을 만들고 물을 길어다 보관함으로써 난리를 당하면 주민들의 피난처로, 적을 방어하는 군사 기지로 활용했을 것이다. 우물이 있는 산성은 군사적 가치가 높은 중요한 산성이므로 자연스럽게 우물의 이름인 옥수정(玉水井)에서 ‘수정산성(水井山城)’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으며 후에 ‘정(井}’을 ‘정(精}’으로 바꾸어 표기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가 있다.

‘수정산’과 함께 원남면 하로리에 있는 오대산성도 할미성으로 불리어 오는데 ‘할미성’이라는 지명은 ‘할아비성’의 상대적 의미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큰 산’이라는 의미의 일반 명사로서 ‘한뫼 〉할매’, ‘한미 〉할미’의 변화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할매산, 할미산은 다른 지역에서는 한자로 ‘노고산(老姑山)’으로 표기한 곳이 많이 있으며, 할미산이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인근에 있는 더 큰 산성인 가막산성을 자연스럽게 할아비성이라 불리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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