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1990년대 중반 제7차 교육과정에서 시도한 하지만 실패한 ‘열린교육’은 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검증 없이 유행에 따라 실시하다보니 결국은 실패했고, 교육은 십년 이십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우리 교육현실은 누가 뭐래도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다. 치열한 학력위주의 대학입시 제도 하에서 사실상 실험적 혁신학교가 현재의 시스템보다 반드시 우월한 결과를 낼지 학부모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입제도가 바뀌면 학교교육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히 바뀌게 마련이다. 혁신학교가 현행 입시제도하에서는 이상론에 흘러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느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달 30일 청주MBC가 방송한 여론조사에서 충북지역 학부모의 41%가 ‘행복은 성적순이다’에 동의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학부모의 우려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다.보도에 의하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최대공약사업인 ‘학교혁신 및 혁신학교운영’ 예산이 전액 삭감됐으나 도교육청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혁신학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사업 추진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혁신학교에 대해 과대포장을 하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북보다 앞서 혁신학교 시스템을 도입한 경기도·강원도의 전반적 학력이 전국 최하위권으로 떨어졌고, 교과부가 발표한 ‘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도 혁신학교 성적향상도가 같은 지역 다른 학교들의 30% 수준인 것으로 집계 됐다는 사실이다.

도의회에서도 '충북형 혁신학교 만들기'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된 이유도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덜 검증된 위험한 사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특히 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대다수의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돌아갈 예산에서 매년 1억 원 이상의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받는다. 그러므로 체험학습 비용을 받지 않으며 학생이 개별적으로 챙겨야 할 준비물도 거의 없다. 학교가 전부 준비해주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학부모들의 환영을 받지만, 여러 일반학교에 갈 수 있는 예산을 혁신학교가 끌어다 쓰는 게 과연 타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혁신학교는 교사가 수업 방식과 교재는 물론 학생 평가까지도 사실상 자의적으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교육의 난장화를 부추기고, 토론식 수업도 학생들이 수다만 떨다시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지적도 살펴보아야 할 문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때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던 '열린교육'도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잘못 인식 되어 ‘자율성’ 교육과 대비되는 방임으로 흘러가게 되어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혁신학교를 반대하며 가장 민감하게 꼽는 또 하나의 이유는 혁신학교가 특정교직단체, 즉 전교조 출신 교사들의 ‘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통상 혁신학교는 '내부형 교장공모'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교장자격이 없는 전교조 출신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도 있는 구조여서 교단의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학부모의 욕구는 학력신장인데 혁신학교는 입시위주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경쟁을 금기시 하는 혁신학교는 결국 사교육 조장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겸허히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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