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음성군 지회에서는 우리 음성군을 “전통예절의 고장”으로 만들기 위하여 작년부터 예절교육을 역점적으로 실시하여 오고 있다.
날로 산업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차츰 예절이 퇴색되어 가는 경향이 있어 인간다운 삶의 본질이 흐려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지회장이 앞장서서 예절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게 된 것이다.
때로는 각종 공공회의장소에서, 때로는 학교 강당에서 직접 있는 힘을 다하여 열변을 토하면서까지 예절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전통을 계승하여 밝은 사회를 이룩해 보자고 무수히 반복교육을 지속하므로써 우리 고장을 “전국제일의 전통예절 고장”으로 부각시켜 보자는 군지회장의 강한 의지와 부단한 노력으로 차츰 주민들의 예절의식이 자리잡혀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예절의 고장”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일상생활에서 예절다운 삶을 생활화하기 까지에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마저도 제대로 지켜져 간다고 보기에는 “아직은...”하는 편이 더 가깝다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설날을 기하여 군내 전지역에서 일제히 실시한 세배운동의 성과도 1년간 심혈을 기울여 벌여온 예절교육의 성과를 실질적으로 성공적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면이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설날 우리 아파트에서도 노인정에서 청소년들로부터 세배를 받았다. 예절교육의 실을 거두기 위하여 사전에 부녀자들을 상대로 예절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녀들에게 세배에 참여시키도록 누차 호소하다시피 하였고 반복적으로 방송을 하여 겨우 십여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세배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것도 자발적인 참여가 아니라 억지춘향식으로 끌어들인 세배가 된 느낌이 들어 예절교육 성과에 대한 기대가 수포로 돌아갔음을 실감케 하였다.
어떤 어린이들은 친구들 끼리 함께 모여와 세배를 하는가 하면 어떤 어린이들은 부모가 직접 데리고 나와 세배하기도 하였다.
한 어린이는 젊은 엄마가 직접 데리고 와서 세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엄마는 자기 아들을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세배하라고 시켜놓고 자기 자신은 그냥 뻣뻣이 서서 아들이 세배하는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다가 세배가 끝나자 마자 세배돈을 아들손에 받아쥐게 하고는 아무런 인사도 없이 그냥 경로당을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이 광경을 지켜본 노인정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자기 자신이 본보기로 먼저 세배를 하고 난 다음에 아들에게 세배를 시켜야지... 그래가지고 무슨 예절교육이 돼?...”하고 혀를 내 둘르는 것이었다. 정말 아쉬운 세배였다.
노인회에서 역점사업으로 전개한 예절교육이 이런 식으로 빗나간 현실에 그저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세배를 받는 노인들의 얼굴 빛도 어두웠지만 아들의 손을 이끌고 노인정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그 젊은 엄마의 뒷모습도 어쩐지 어색하고 처량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예절교육! 이것은 노인들만의 과제가 아닌 것이다.
화살처럼 빨리 흘러가는 세월 속에 지금의 젊은이들도 늙음이 순식간에 닥쳐올 미래를 생각한다면 젊은 부모들이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물질만능의 풍요로운 삶 속에 차츰 매말라가는 예절의식을 다시금 일깨우고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미풍양속을 제대로 계승하여 세대간의 간격을 좁히고 밝고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사회를 이룩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천년의 첫 해인 올해에는 실질적인 예절교육이 이루어져 명실상부한 “전통예절의 고장”다운 우리 고장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가섭산의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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