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세모(歲暮)인 지난 29일은 오래전에 함께 근무했던 교직자들과 함께 남한산성을 찾게 되었다.

아침에는 빗방울을 뿌리드니 맑게 개인 쾌청한 날씨에 남한산성에 도착했다. 일행들을 올려보내고 성문을 돌아보며 지난 세월들을 되돌아보았다. 청(淸)의 12만 대군을 맞이하여 싸우던 조선의 인조(仁祖)는 지금의 송파인 삼전도(三田渡)에서 청(淸)의 태종(太宗) 앞에서 무릅을 끓고 항복을 하던 치욕의 역사적 장면이 떠오른다.

다시는 이와 같은 역사적 불행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경복궁으로 향해서 떠났다. 젊은 시절에 찾던 중앙청 건물이 헐리고 옛 궁궐터에 복원된 모습을 돌아보았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900여 회의 외침을 받으며 피눈물로 얼룩진 시련의 역사였다. 버스 안에서 역사를 전공한 일행 두 분이 병자호란에 대한 설명을 하시어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일행들에게 일깨워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서경(書經)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대비하면 환란이 없다”고 했다. 청주고 3학년 재학시절 교지인 문봉(文鋒)에 “적자생존 약육강식(適者生存 弱肉强食)”이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국제사회에서 “정의(正義)는 힘이 수반될 때 정의(正義)로 의미를 갖는다” 국제 사회에서 약자에겐 정의(正義)가 빛바랜 구호에 불과하다.

개인이고 국가이고 간에 힘이 있어야 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속에 우리의 좌표를 확인해야 할 때이다. 논어(論語)에 견위수명(見危授命),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나라가 위급한 지경에 처했을 때 얼마나 나라를 생각하고 목숨을 바쳐 싸울 각오가 되어 있을까 생각하며 귀청(歸淸)길에 올랐다. 이민의 물결이 해외로 줄을 잇는 오늘의 세태를 돌아보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먼저 정책적 배려가 요구되고 자라나는 청소년에 대한 나라 사랑 교육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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