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나영 음성가정(성)폭력상담소장

 
 

올 한해도 우리 사회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니 어쩜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세월호 대참사는 2014년의 봄을 가장 잔인한 계절로 만들어버렸고 전 국민을 고통과 분노로 울게 하였다. 칠곡과 울산의 아동학대 사건은 그 어린 생명들을 죽음으로 까지 몰아넣었고 가해자인 계모가 징역18년을 선고 받았다고는 하나 어찌 그 책임을 그것으로 다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무관심 역시 폭력인 것이다. 군대내 비인간적인 폭행 사건으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은 내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과 같아 한동안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우리사회의 정의는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 정의로운 힘은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것인가? 힘은 무엇인가? 권력, 돈, 지위, 명예, 신체적 힘의 우위를 가진 자들이 그 힘을 통해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들고 자신보다 힘이 약한 이들의 인권을 함부로 침해한다면 그 힘은 바로 폭력이며 정의롭지 못한 야만적인 힘일 것이다. 그러한 폭력을 우리 사회가 묵인하거나 동조한다면 과연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힘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 내 자신을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힘은 필요하며 결국 우리가 원하는 삶을 추구해 나가기 위해서는 진정한 힘을 발휘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힘이 타인을 통제하거나 조종하기 위해 잔인한 폭력, 냉혹함, 분노, 사기, 기만 등으로 쓰여질 때 결국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망가트리고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여 국민들은 불안과 혼란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누구도 그러한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종종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나는 열외라고 생각한다. 나는 안전한 껍질속에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내 이웃의 문제가 곧 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내 가정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쳐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내 가족에게 내 이웃에게 내 직장에 되돌아올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정의롭게 힘을 얻고 정의롭게 힘이 발휘되어지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힘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침묵만이 살길이 아니라 때론 두려움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 ,부족한 사람을 비난하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주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는 누구나 따뜻한 가슴에서 나오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내면의 힘으로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했던 힘든 일도 이겨내고 나보다 약하고 어려운 이들을 보면 내가 가진 정의로운 힘을 나눠주기도 하는 것이다.

올 한해 가슴 아픈 소식들에 우리가 함께 마음 아파하고 함께 울며 때론 분노하는 것은 우리 안에 아직은 정의가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배려와 존중,이해와 믿음, 용서와 위로가 바탕이 되어 우리 사회 구성원 남녀노소 그 누구라도 그가 어느 곳 어느 위치에 있든 안전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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