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낙엽진 가을길을 걸으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세월을 뒤돌아본 게 어제 같으데 첫눈이 내리고 한 장 남은 달력은 해가 바뀜을 알린다. 도덕불감증 속에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고 별것 아닌 일에도 마찰이 생겨 폭력으로 발전하고 급기야는 살인을 하는 경우를 발견 하기도 했다.

오늘을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한다. 빠른 변화와 불투명한 사회 현상 속에 내일을 예측하기 어렵고 자신의 마음도 주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게 현실이다. 논어(論語)에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인간관계에서 이웃간에 믿음을 잃게 된지 오래이다.

불교의 팔고(八苦)에 원증회고(怨憎會苦), “원망하고 증오하면서 함께 생활하는 고통”을 들고 있다. 노자(老子)에 보원이덕(報怨以德), “원한은 덕(德 )으로 갚으라”고 했다. 지나간 원한(舊怨)에 구애되지 말고 항상 선의(善意)로 남을 대하기를 강조한 말이다. 어느 날 제자가 공자(孔子)에게 “예로부터 덕(德)으로 원한을 갚으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자, 공자(孔子)는 “그렇게 하면 관계가 아주 모호해진다. 직(直)을 가지고 원(怨)을 갚고 덕(德)을 가지고 덕을 갚음이 좋다”고 이르고 있다. 덕을 덕으로 갚는 것이 좋겠지만 원한은 덕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인 직(直)으로 갚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날 링컨은 변호사 시절에 자기를 비하(卑下)하고 비판했던 사람을 대통령이 된 후에 증용 했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示唆点)을 준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청탁현우(淸濁賢愚)나 구원(舊怨)을 밝히지 말고 모두를 넓은 가슴으로 끌어안는 관인대도(寬仁大度)의 자세가 필요하다. 패거리 문화는 지양(止揚)되어야 한다.

원한을 보복하게 되면 악순환의 궤도를 벗어날 수 없다. 원한을 덕으로 갚는다는 노자(老子)의 말은 아주 높은 이상이며 힘이 들겠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증오함은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우리는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악연(惡緣)의 고리를 끊고 사랑으로 감싸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자.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과 밝은 미래를 위해서 다 함께 노력하는 한해가 되길 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