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준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모래내와 사정리

 증평에서 괴산을 가려면 반드시 ‘모래재’를 넘어가야 한다. 지금은 터널이 생겨 고개를 넘는 수고를 덜게 되었지만 험한 모래재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마다 왜 모래재라고 하는지 궁금함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주민들은 산에 모래가 많아서 모래재라고 부른다고 하지만 오랜 옛날 지진이나 화산활동으로 강변이나 해안가의 모래밭이 솟아올라 산이 되는 상상을 하지 않고는 산에 모래가 많다는 것을 믿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상상의 땅이 있다면 극히 드믄 경우이겠으나 의외로 전국 각지의 지명에는 ‘모래’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한결같이 ‘모래(沙)’로 해석하고 있으나 ‘모래’가 많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어서 그 어원을 밝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음성지역에도 ‘모래’가 쓰인 지명을 살펴보면

‘모래샘’, ‘모래물’(음성읍 사정리)

‘모래내’(沙川, 삼성면 덕정리)

‘모래골’(감곡면 사곡리)

‘모래고개’(큰고개-소이면 비산리, 음성읍 석인리)

‘모래봉’(맹동면 신돈리, 원남 보룡리, 감곡면 사곡리)

‘사산(沙山), 사다산(沙多山, 대소면 내산리)

  등의 예에서 볼 때도 고개나 마을, 산봉우리에 쓰인 ‘모래’를 ‘사(沙)’의 의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옛말에 ‘크다, 높다’라는 의미의 ‘모라’라는 말이 쓰였는데 ‘모라’의 의미를 잃게 되면서 음이 비슷한 ‘모래’로 변화되었을 것을 쉽게 추측해 볼 수가 있다.

이러한 변화의 증거로 삼성면 덕정리의 ‘모래내’라는 마을은 한자로 표기하기 위하여 ‘모래내(沙川)’로 썼을 뿐 아직도 주민들은 ‘모라내’로 부르고 있으며 ‘모란 사진관', 모란 향우회, ‘모란4-H’ 등 ‘모라’의 음이 지켜져 내려오고 있는 것을 볼 때 ‘모래내’는 ‘모라내’가 원음이며 ‘큰 개울, ‘큰 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소이면 비산리의 ‘모래고개’는 주민들에게 ‘큰고개’로도 불리워지고 있는 것을 볼 때 ‘모래’가 ‘크다’는 의미였다는 것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음성읍의 ‘사정리’라는 지명도 이 지역에서 ‘모래샘', ‘모래물’이라는 지명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란 의미로 전해오는 것을 볼 때 ‘사정리(沙井里)’는 ‘모래 속에서 물이 나오는 마을’이 아니라 ‘큰 우물이 있던 마을’이란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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