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0교시 수업'을 폐지하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하자 대입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도내 일반계 고등학교가 '가슴앓이'를 하고 있고, 대입 수능시험을 코앞에 둔 3학년 학생들과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김 당선인이 '고입선발고사', '초등학생 학력수준 판별검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보수 성향의 충북교육계를 이끌던 김대성 교육감 권한대행이 이에 반발하며 명예퇴직한데 이어 김화석 교육국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서 보수진영의 교육계와 김 당선인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으로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새해 벽두, 교과부가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충북학생들이 전국 최하위라고 발표하자 교육가족은 물론 160만 도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였다. 당시 이기용 교육감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도민들께 공식 사과하고, 곧바로 학력제고를 위해 직접 팔 걷고 나섰고, 교육가족들도 심기일전하여 심혈을 기울인 결과 오늘날, 학업성취도 평가 '5년 연속 전국 최상위'를 달성하여 충북교육을 전국 최고수준의 반석위에 올려놓게 된 것이다.아름드리 거목이 세찬 폭풍을 견디어 가며 심한 가뭄 속에서도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땅 속 깊숙이 뻗어 내린 뿌리 때문이다.

나무는 뿌리와 줄기가 튼튼하지 못하면 튼실한 열매를 맺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기초학력이 충실하지 못하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창의적 산물도 생산할 수 없다. 창의성교육에 대한 지나친 환상으로 기초교육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교육, 창의성의 바탕을 기르는 교육의 모든 근간에는 기초학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등교육은 모든 학교교육의 바탕을 마련하는 기초교육으로 한 인간 형성에 있어서 그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며 이를 건축에 비하면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는데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최소한의 기초학력은 학교에서 반드시 갖추어 주어야 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창의성교육을 하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라고 하는 것은 마치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에게 운전을 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한경쟁과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력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학력이야말로 학교교육의 본질이요, 국가발전의 토대이고, 자기실현의 힘이며, 개인의 삶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고 글로벌시대의 인재가 되는 힘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학생들은 배우기 싫어도 배워야할 것이 있고, 교사가 가르치기 싫어도 가르칠 것이 있으며, 바라지 않는 방법으로 배워야 하기도 하고, 하고 싶지 않은 방향으로 가르쳐야 하기도 한다.

최근 외국도 나라별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우수학교'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학교변화와 발전을 이룩한 학교다. 즉 '우수학교'의 기준이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은 누구나 향유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잘하는 사람은 더욱 잘하게, 못하는 학생은 잘할 수 있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월성 교육은 수월성 교육대로 발전시키면서 학력이 낮은 학생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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