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前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새해를 맞게 되면 나름대로 새해 계획을 세워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 망정 결의에 찬 다짐을 하며 새 아침을 맞게 된다. 즐거웠던 일과 씁씁한 일들이 교차하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하며 하루하루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한다.

  돌아 보면 지난 2005년의 사자성어는 당동벌이(黨同伐異)로 "같은 파끼리는 당을 만들고 다른 파를 공격한다"는 뜻으로 사회적 갈등과 분열 속에 보낸 한 해였었다. 신묘년을 맞이한 게 어제 같은데 한해를 보내고 세모를 맡게 되었다.

  그 동안 우리는 어렵게 전개되는 국제 정세 속에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어 국민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도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운데 정치는 정치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분열과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대며 미로(迷路)를 달려온 한 해로, 서민들의 생활에는 주름이 깊어가고 젊은이는 직장을 잡지 못한 채 한숨만 늘어가는 한 해를 보냈다.

  논어에 군이부당(群而不黨), "어울리기는 하지만 파당을 짓지는 말자"고 했다. 모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때 재경청주고송년행사에 참석해서 축사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동문들 에게 드린 말씀 중에 "논어에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泰而不驕), 긍지를 가지나 다투지 아니하고(矜而不爭), 우리는 동문이 좋아 어울리기는 하지만 동문끼리 뭉쳐 파당을 짓지는 말고(群而不黨), 그러나 각자 노력하는 자세로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우리 국토 중 휴전선 이남이 10만㎢로 중국의 96분의 1에 불과한데 지역으로 갈리고, 학연, 혈연에 따라 패거리를 짓는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종교계 원로 한 분께서는 지난날 신년대담에서 "내가 귀한 것처럼 남도 귀하다"는 아존존이(我尊尊異)하기를 권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지 않겠는가?

  논어에 기신정 불령이행(其身正 不令而行), "몸가짐을 바로하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따른다"고 했다. 밝아 올 임진년(壬辰年)에는 우선 사회지도자급 인사들부터 국민 앞에 모범을 보이는 자세로 임해야겠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기애타(愛己愛他), "나를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는 자세"를 강조한 말을 명심하여 나의 생명이 소중하고 내 생활을 소중히 여길 때 남도 나를 소중히 생각해준다.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가운데 이웃을 소중히 하며 패거리 짓지 말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가짐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

  논어의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날씨는 추워지고 물가는 올라 서민들은 살 길이 막막한데 정치판은 갈등으로 요동을 치고 있다.

  이제 갈등과 분열을 떨쳐 버리고 서로 믿고 대화하며 상생(相生)의 마음가짐 속에 우리에게 부딧히는 힘들고 벅찬 국내외의 도전을 극복하는 가운데 가정의 안정을 되찾고, 신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국가 발전을 기약할 수 있는 새 해가 되도록 슬기를 모아 난국을 헤쳐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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